오늘 먹은 생각들.
마을 주민인가 보다.
나이는 60대 가까이 보인다.
남자분이신데 책방 문에 대고 노크를 한다.
이런 경우는 드물다.
문을 열어드리니 지난 겨우내가 죽인 빈 화분을 가리킨다.
"저 사장님 화분 안 쓰시면 제가 좀 써도 될까요?"
오래 방치한 화분이지만 꽤나 매끄럽고 이쁜 흰색 자기 화분이다.
고민하지도 않고 저분이 주인이겠지 했다.
"네 가져가세요."
그러자...
옆에 있는 이번에도 죽인 만리향 토분을 바라본다.
갑자기 선뜻 내주었던 마음이 차가워진다.
"그 화분은 제가 아끼는 거라 안 돼요."
단호하게 말하고 들어왔다.
5분도 채 안 되어 다시 책방 문을 연다.
"저... 사장님 화분을 거실에 놓을 거라 받침대가 필요한데...."
내가 짝꿍인 화분 받침대를 만리향 화분 밑에 넣어두었는데 그걸 갖고 싶으신 모양이다.
나는 순간 단호해졌다.
남에게 필요 없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물건이라도 내가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그냥 깔끔하게 주지 못하는 내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화분이라면 잘 보살펴 줄 사람을 따라가고 싶을까.
오늘은 이 생각을 한다.
#작가고선영 #마을주민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