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월요일. 밤인 줄 알았는데 아침이다. 우중충한 하늘에 눈비가 내린다. 물먹은 솜 같은 몸을 이리저리 굴리다 “일어나야지…”하는 짧은 탄식과 함께 침대에 걸터앉는다. 좌우로 움직여 스트레칭 한 번 하고, 침대에서 삐그덕 거리며 내려온다. 화장실로 터덜터덜, 머리를 감으려 샤워기를 틀었는데, 아뿔싸! 손 샤워기가 아닌 해바라기 샤워기(크고 넓은,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에서 물이 쏟아진다. 머리만 감을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샤워까지 하게 생겼다. 젖은 옷을 벗어 두곤 빠르게 씻었다. 일단, 출근을 해야 하니까 -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었는데 집 문 앞에 컬리 박스가 잔뜩 쌓여있다. 주말에 장을 못 봐서 어제 장을 봐둔 게 - 분명 저녁 9시 후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서비스가 너무 좋아 그런지 새벽에 도착해 있다. 젠장. 얼음이 담긴 상품도 있어 마음이 급하다. 뚱뚱한 패딩을 벗어던지고 급한 것만 냉장고와 냉동실에 쑤셔 넣는다. 일단, 출근을 해야 하니까 -
회사 건물 1층에 도착하니 오전 9:29. 세이프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출근 어플을 켰는데,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회사 시스템상 회사 건물에서만 출근 버튼이 활성화 되게 세팅되어 있다.) 아니, 왜 안돼? 하고 휴대폰을 껐다가 킨다. 그제야 출근 버튼이 활성화되어 출근 체크를 마쳤다. 시간은 오전 9:31. 조졌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니 인사팀에서 어김없이 메시지가 온다. [금일 지각사유서 확인 바랍니다. (1분 지각)] 이놈의 회사는 1분 지각에도 사유를 물어보는구나 싶어 구구절절하게 답하려다 물어본다. ‘1분 지각도 사유를 여쭤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하니, 1분도 지각은 지각이란다. 갑자기 허탈감과 낮은 분노가 몰려오며 기분이 팍 나빠진다.
오전에 업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미팅에 참석하란다. 사전에 얘기되지 않은 미팅이지만 부랴부랴 들어갔다. 이런저런 얘길 듣고 있는데, 갑자기 마이크가 내게 돌아오며 의견을 묻는다. 마케팅의 의견을 참고해서 업무를 진행할 거라고 한다. 조졌다. 머릿속에 졸리단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아무 말이나 늘어놓다가 애매하게 마이크를 내려놨다.
날이 너무 추워 배달로 점심을 때운다. 시킨 건 11시 반인데,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배차가 안되어 식당에서 음식이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까 봐 한 집배달로 한 건데! 심지어 기사님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이 빽빽한 빌딩 숲을 헤매고 계신단다. 결국 점심 식사 시간 3분을 남겨놓고 내 샐러드가 도착했다. 목구멍으로 생야채를 밀어 넣듯 먹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후 업무 시간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달달한 간식 도파민으로 잠을 깨우고, 중간중간 화장실 회피 타임으로 어찌어찌 시간이 흐른다. 미니 야근을 하고 집으로 간다. 릴스를 무한 반복하며 드디어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간다.
문을 열고 투명한 중문으로 집을 바라보니 애인이 달려 나온다! 내 이름을 귀엽게도 부르며. 차가워진 얼굴과 손을 온기로 데워준다. 외투를 받아준다. 오늘 하루 어땠느냐고 이야길 들어준다. 오늘 하루 나 너무 구질구질하고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고 투덜거리니 그랬냐며 공감해 준다. 구린 날을 대처하는 방법에는 별 게 없다. 집에서 만나는 다정한 사람에, 사랑에 있다. 내 구린 하루를 없앨 수도, 잊을 수도 없지만 - 또 내일도 반복해야겠지만. 다정한 사람과 다정한 사랑에 눈 녹듯 사라진다. 저녁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길 나눈다. 구린 하루는 생각도 안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식탁을 채운다. 때로는 진지한 이야기들로 채워질 때도 있지만, 꾹 참은 분노와 서운함으로 조용할 때도 있지만 - 금방 서로를 껴안아 줄 수 있는 상대라는 굳은 신뢰의 마음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저녁에 나는 서재로, 애인은 거실을 지키며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조용한 방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오늘 하루를 일기로 쓰며 마무리한다.
2026.01.26(월)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꽤나 피곤 ㅠㅠ 그래도 돈벌이하러 다녀왔다. 1분 지각한 걸로 뭐라고 하는 회사 때문에 살짝 현타 왔지만, 그도 그의 일을 하는 것이겠거니… 퇴근하고 애인이랑 밥 먹고 놀다 보니 벌써 11시!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내일 하루도 무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