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취향

온도 차이에 따른 알코올의 취향

by 김성은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매년 이례적인 더위 혹은 한파 문제로 뉴스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다.

기후로 인해 살기가 더 어려워지는 걸 느낀다.

너무 더운 날은 가을이 절로 기다려지고 언제쯤 더위가 물러날까 싶은 여름을 보내게 된다.

사실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그래서 겨울이 제일 힘든데, 그래서 여름을 상대적으로 더 좋아했다.

춥지 않아서.

또 휴가를 생각하면 괜히 설레고 들뜨는 기분에 좋았다.


“여름이 기다려져”


특히 한겨울에는,


“빨리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름은 해가 길어서 어쩐지 하루가 더 길고, 낮이 길다 보니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같아서 더 좋았다.

여름이 좋은 이유 하나 더 추가하자면,


“맥주가 맛있다”


꽤 중요한 이유가 되겠다.


더운 여름날 냉장고에 일주일 이상 자리 잡고 있던 캔맥주를 꺼내서 벌컥벌컥 마시기.

여름 맥주는 별다른 안주도 필요 없다.

많은 땀 배출로 수분을 채우는데 맥주가 물처럼 술술 넘어가기 때문이다.

초여름과 초가을까지 맥주가 맛있는 날들이고, 그 이후 찬바람이 불면 와인으로 갈아탄다.

레드와인이 주는 따뜻함에 추운 겨울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나를 발견하고 만다.

내 계절의 취향은 전적으로 주류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가.

와인 이야기하니 한겨울의 린다우가 떠오른다.

출장 갔다가 하루 들린 린다우.

추운 겨울, 눈까지 내리는 그날 린다우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했다.

배도 고프고 뭐라도 먹으려 식당을 찾았는데 왜 내 눈에 식당이 보이지 않는 걸까.

하는 수 없이 카페처럼 생긴 그곳에 들어갔다.


'어머'


따뜻한 온기와 함께 경쾌한 재즈 선율이 내 귓가를 때렸다.

피로감은 사라지고 안정감이 몰려왔다.

고프던 배도 안 고프고 여기가 내가 찾던 곳이구나.

처음엔 몸을 녹이기 위해 뱅쇼로 시작했다.

그 이후는 메뉴를 보며 내 직감으로 시킨 와인들로 배를 채워나갔다.

무려 3시간 동안 그곳에 머물며 레드와인과 치즈들과 함께 린다우를 즐겨보았다.

그곳에서 나는 너무 따뜻한, 완벽한 저녁시간을 선물 받은 것이다.


잠깐, 더운 날의 와인도 괜찮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도쿄에서 비행시간 기다리다 호텔 근처에서 하고 있는 페스티벌에 참가했는데,

참가비를 내니, 와인잔과 함께 쿠폰 10장을 줬다.

무려 와인 10잔을 시음해 볼 수 있는 쿠폰이었다.

이런 좋은 페스티벌인지 모르고 바로 공항으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면, 생각만 해도 배 아프네.


짧은 두 시간 동안 난 엄청 바삐 걸으며 와인을 마셔보는데 집중했다.

다른 술을 많이 못 먹는 나지만, 와인은 한 병 이상 먹을 수 있는 나로서,

충실히 쿠폰을 써야 마땅했다.

내리쬐는 태양의 땡볕에서 '레드와인 마시기'란.

덕분에 기내에서 꿀잠을 선사받았다.

여행 마지막, 우연히 음식 페스티벌 참가로 잊지 못할 아주 훌륭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두고두고 생각이 나고 또 참가하고 싶다고 혼자 생각하고 상상해 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레드와인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물론 한 여름이 아닌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가을의 끝자락이 되겠다.

며칠 전 마트에서 와인장터를 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며 남편과 나는 좋은 와인을 구경도 할 겸 마셔보고 싶은 와인도 살 겸 다녀왔다.

와인장터에서 사 온 것들을 쟁여놓으며 이번 겨울을 나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따뜻한 우리 집에서 와인과 재즈 캐럴을 들으며 부자 된 느낌 받으며 미소 지을 수 있다니.

고마워한다. 너희들에게.

얼마 안 남은 올해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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