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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Lee Oct 22. 2020

Contact: 3_ 부름

3.


내 옆에 그녀는 전화기를 통해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입 한번 뻥끗하지 않고서. 새벽 4시 20분. 내가 꿈을 꾸는 건가. 전화기의 종료 버튼을 누르고 그녀에게 직접 말을 걸어보았다. 아무 말이 없었다. 표정도 처음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전화기를 들어 다시 귀에 갖다 대었다.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한 채로 통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니다.. 도무지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당신이에요? 내 앞에 있는 당신이라고요?"

‘그래요. 저예요. 놀랐나요.’

"이건 대체 뭐죠? 어떻게 한 거죠?"

"...."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단지 당신을 만나러 왔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이름은 있나요?"

"...."

"대체 어떤 이유로 나를 찾아온 거죠.”

‘당신이 나를 찾지 않았나요. 나는 당신의 부름을 듣고 이곳에 왔어요. 너무 오래 걸렸다는 사실에 미안할 뿐이죠.’

"내가요? 내가 당신을 불렀다고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2년 전 J와 헤어진 후 여자를 일체 멀리했다. 직장 여자 동료와도 일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사적인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여자를 불렀다고? 그것도 이 시간에 여자를? 적어도 난 이 여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요. 난 분명 당신을 부른 적이 없어요. 당신 전화번호와 이름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내가 당신을 부를 수 있단 말입니까.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요."

‘... 아니요. 분명히 당신이 나를 불렀어요. 정확히 말하면 나를 찾고 있었죠.’


무표정한 얼굴과 함께 시선을 내 쪽으로 고정한 그녀는 전화기를 통해서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입 한번 움직이지 않고. 참으로 웃긴 상황이다. 같은 공간에 있는 상대방과 전화기로 통화하는 것도 모자라 한쪽만 전화기를 들고 대화하는 꼴이라니. 참으로 우습다. 어찌 되었든 내가 언제 어떻게 왜 이 여자를 불러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표정과 말투를 보아하니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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