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좋습니다. 내가 당신을 여기로 불렀다 치죠. 아니 내가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왜 당신을 찾았는지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내가 왜 당신을 이곳으로 불러냈는지?"
‘아주 오래전이었어요.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주 오래 전이 었던 것만은 확실해요. 어쩌면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 이었는지도 몰라도. 그래요. 이해가 가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사실이랍니다. 당신이 무無 라는 존재였을 때부터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죠.’
"...."
‘괜찮나요? 예상은 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생각 이상으로 놀라고 있군요. 진작에 찾아왔어야 하는데 사정이 있었어요. 나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인정해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죠. 내가 누구냐고 물었죠. 나는, 나는 바로 당신입니다.’
시간 낭비였다. 이런 쓰레기 같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이 시간까지 듣고 있다니. 길을 잃었다 거나 쫓겨난 신세였다고 했으면 하룻밤 정도는 재워주고 보낼 생각이었다. 전화기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속임수가 틀림없을 것이다. 더 이상의 대화는 시간 낭비였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그렇지만 사실이랍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에 있었지만 결국 같은 공간에 있던 것이나 다름없답니다. 서로 다른 궤도에 있었지만 결국은 같은 궤도에 들어서게 되었어요. 수천 년의 긴 시간이 지나 이름 모를 별들이 다시 만나는 순간처럼 우리도 이렇게 만나게 되었어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였지만 당신의 입김에 다시 태어나고 그러한 작은 울림에 응답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어요. 단지 조금 늦었을 뿐이에요. 그래요 나는 오늘 이 후로 당신과 함께 할거에요. 당신을 어디로든 데려갈거에요. 그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지는 마세요. 나도 모르는 걸요. 단지 우리는 함께 할거랍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죠. 우주에 존재하는 그 어떤 법칙도 모두 거스른 채 하나가 될 거예요. 그렇게 우린 사라지고 존재하는 하나의 새로운 생명이 될 거에요. 나는 당신의 기억이고 전부이고 사랑이랍니다. 당신이 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결국 내가 당신을 택했을 거에요. 운명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답니다. 우리는 예정 이었고 아주 오래 전부터 이미 그렇게 존재했으니까요. 나는 당신이고 당신은 바로 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