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날 밤이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뜨겁게 우려낸 얼그레이 차 한 잔을 후후후 불어가며 책의 첫 장을 막 펼치려 하던 그때였다.
쾅 쿵쿵 쿠우우웅 쾅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소리와 동시에 눈을 절로 감기게 만드는 커다란 빛이 창문을 통해 온 집안을 덮기 시작했다. 침대 옆 탁상 위에 놓인 스탠드의 빛이 무색해질 만큼의 강한 빛은 어둠이 내린 도시를 새하얗고 아름답게 만드는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 주었다.
‘어느 건물의 가스가 터져버린 걸까? 도로 위 자동차들끼리 충돌해 폭발해 버린 걸까? 드디어 북한의 미사일이 떨어진 걸까?’
집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나무로 둘러싸인 낮은 동산이 하나 있다. 간단한 운동기구와 산책할 수 있는 조그만 공원이 조성돼 있긴 하지만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문 곳이다. 곧이어 소방차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은 마치 하나의 커다란 사건 현장이 되어버렸다.
"저는 현재 엄청난 굉음과 함께 빛이 일어났던 현장에 와있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알 수는 없지만 시청자들의 제보에 의하면 밤 8시가 조금 넘었을 즈음 지진과 같은 굉음과 커다란 빛이 한꺼번에 일어났다는 몇몇의 제보들을 받았습니다. 현재로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지만 제가 서있는 시점에서 육안으로 보아하니 커다란 구멍 같은 것이 바닥에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라고 단정 지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어떠한 커다란 물체가 떨어져 충격과 함께 구덩이를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취재진들은 실시간으로 좀 더 정확한 뉴스를 시청자분들께 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텔레비전 속 기자는 꽤 긴박하게 사건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꽤 늦어졌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서라도 잠을 자야 하는데 도무지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내 정신 좀 보게. 아침 일찍 회의가 있는 것을 깜빡했네'.
회의에 참고할 파일들을 저장해 놓은 usb를 서류 가방에 집어넣고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도대체 뭐지? 정말 북한이 미사일이라도 날린 걸까? 아님 운석이라도 떨어진 걸까? 내일 넥타이는 무슨 색깔을 하고 가지? 전무 상무 모두 참석한다고 했으니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잘 보여야 하는데. 대체 그 소리와 빛은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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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쿵쿵 쿵.
잠결에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긴장한 상태에서 잠들어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다.
쿵쿵. 쿵쿵 쿵.
분명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였다. 아니 초인종 내버려 두고 누가 요새 문을 두드려. 시계를 확인해보니 새벽 3시 34분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걸까? 다시 잠을 자려는데 소리가 들렸다.
쿵쿵. 쿵쿵 쿵.
이 시간에 누구야 순간적으로 짜증이 밀려왔다. 다른 층에 사는 누군가가 술에 취해 집을 잘못 찾아왔나 싶었다.
"누구세요!! 이 시간에 누군데 남의 집을 이렇게 문을 두드립니까? 아무런 대꾸가 없다. 인터폰 화면을 보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그곳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