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에게,
나는 잘 헤어지기 위해서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기로 결심했어요.
나에게 헤어짐은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답니다. 잘 사랑한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를 않아요. 그러나 잘 헤어진 다는 사실은 그 무엇보다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잘 헤어진 다는 것이 어떤 모양과 방법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잘 헤어짐은 존재한답니다.
누군가를 사랑함이 기적같은 일이라고도 합니다. 허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아! 상대적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랑에 빠지기까지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요. 연인이 연인을 사랑하는 일이 어려운가요. 부모가 자식을, 친구가 친구를, 형제가 형제를, 자매가 자매를 사랑하는 일이 과연 어려울까요. 어쩌면, 사랑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가 않았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웠어요.
그러나 잘 헤어진다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랍니다. 부자연스움을 자연스러움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헤어짐에 대해서 늘 상기하며 사랑을 합니다. 그것은 내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죠. 그러기에 당신과 내가 잘 사랑하고 잘 헤어졌으면 좋겠어요. 잘 헤어진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랍니다.
어쩌면 잘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 일 수도 있답니다.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마음먹지 않아도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저 사람을 사랑할 수 있구나 싶은데, 헤어짐은 온 세상을 감당할 만큼의 비장한 결심을 해야 한답니다. 특히 잘 헤어져야겠다는, 그러한 결심을 하지 않으면 미움과 저주로 끝날 수 있는걸요. 무섭지 않나요. 한때는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된다는 사실이.
그래요. 그렇기에 잘 헤어진다는 것은 잘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답니다.
나는 잘 헤어지기 위해서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기로 결심했어요.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것과 같아요. 상대방의 마음은 생각지도 않는 거죠. 단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겠죠. 부모도 자식도 친구도 동료도 모두가 언젠가는 떠나고 헤어질 사람들이죠. 그렇기에 잘 헤어지고 잘 보내는 게 잘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나를 만나고 난 뒤 당신에게 나의 대한 기억이 아름답게 남았으면 좋겠어요. 저주하고 미워하며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했던 날 보다 더 사랑하고 그리워했으면 좋겠어요. 헤어짐은 그런 거예요. 더 사랑하기 위해서 헤어지는 거예요. 하하. 내가 마치 ‘이별 이상주의자’ 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아니요. 결코 그렇지 않답니다. 나는 여전히 이별이 힘들고 헤어짐이 아프답니다. 누군가를 떠난 다는 것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인 것을요. 앞서 말했듯이, 헤어짐은 온 세상을 감당할 만큼의 비장한 결심이랍니다. 결코, 결코 쉽지 않답니다. 우리는 잘 헤어져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나는,
잘 헤어지기 위해서 당신을 더욱 더 사랑하기로 결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