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비만클리닉을 다녀온 후 한 며칠은 필라테스 수업에 몸과 마음을 다해 출석을 잘했었던 것 같다. 병원발은 일주일이었나 싶게도 이번주 월요일 아침부터 또다시 <운동 가기 전 스물한 번 갈등하기>로 들어갔다.
원래의 계획은 10시 필라테스 수업 전에 ‘한 시간 먼저 가서 유산소 운동 30분, 근력 운동 20분 해야지.'라고 했다가, 8시 반이 되면 '몸이 왜 이렇게 무겁지? 그냥 9시에 나가서 유산소만 좀 하고 수업 들어가야겠다.‘ 했다가, 정작 9시가 되면 ’그냥 9시 반에 나가서 필라테스하고 나서 유산소 20분만 하자.‘ 로 바뀐다.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필라테스를 하고 나면, 정작 유산소 운동을 할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 싸이클 위에 앉아 rpm 숫자를 쓰기도 민망한 속도로 헛발질을 하게 된다.
게다가 오늘은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서 창밖을 내다보니 아침 공기가 습하고 음침하여 밖으로 나가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스케줄 표를 보니 모레 금요일이 비만 클리닉에 가는 날이다!
갑자기 초인적인 힘이 솟아나더니,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잠옷을 벗어던지고, 시꺼먼 츄리닝 바지와 아이보리 스웻셔츠로 갈아입고, 급하게 레깅스와 운동복 상의, 물병을 운동화가 들어있는 가방에 쑤셔 넣고 집을 뛰쳐나왔다.
일단 집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그날의 운동은 성공인걸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어렵다.
오늘은 선생님이 더 강도 높은 체어(chair) 프로그램을 짜와서 중심을 못 잡아서 비틀비틀 대며 땀을 흘렸다. 수업이 끝나고 털썩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모레가 병원 가는 날이지 않은가. 나는 뭐라도 더 해야 한다는 의지로 싸이클에 올라탔다. 그리고 인터벌로 속도를 '고저고저(高低高低)' 조절하며 십 분간이나 싸이클을 더 탔다.
마치 모레가 숙제 검사를 맡는 날인 것처럼.
나같이 의지박약인 인간은 운동을 강제로 실행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구나. 그게 사람이던 병원이던 뭐가 됐던지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