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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Dec 31. 2023

짜장면 꿈


12월 30일이었던 어제는 새벽까지 이어진 송년회로 술병 난 남편 먹으라고, 각종 콩나물 해장국, 황태 해장국 등을 미리 시켜 두고 쌓아 놨었다. 집에서 끓이면 절대 그 맛이 안나는 콩나물 해장국이 나도 맛있었나 보다. 두 끼를 해장국을 먹고서는 이상하게 잠이 쏟아져서 낮잠을 길게 잤었는데, 저녁때 단단히 체해서 두 번이나 분수를 뿜게 되었다.

그러고는 이 시간까지 한기가 느껴지면서 시름시름, 헤롱헤롱 대고 있는 중이다.


연말 외식으로 딸아이가 소박하게 동네 소고기 구이집에 가고 싶대서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도저히 못 나갈 상황이다.


잠시 낮잠을 자면서 꿈을 꾸었는데, 누구나 아직도 꾼다는 스트레스 확 받는 고3 꿈 대신에, 대학 때 학교 도서관에 모여 시험 공부하던 꿈을 새롭게 꾸게 되었다. 내 단짝 J양과 H양, 그리고 같은 과 CC였던 남편이 나와서 함께 공부를 하던 중에 점심으로 짜장면을 시켰는데, 주문이 밀려서 너무 안 오는 거다. 그래서 중국집에 재촉 전화를 하다가 잠을 깼다.


눈을 떴는데 머릿속은 짜장면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체했던 사람이 짜장면을 시키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겠기에, 남편에게 꿈 얘기를 하면서 너무 먹고 싶다고 밑밥을 깔아놨다. 그리고 재빨리 쿠팡 이츠에 들어가서 짜장면과 양심상 누룽지탕을 하나 더 추가해서 결제를 했다. 시간이 오후 늦은 시간이라 세이브 배달비를 지불했지만 음식은 쏜살같이 도착했다.


짜장면을 비벼 끊어지지 않는 한 입을 베어무니 그 만족감이란.. 후루룩 소리에 딸과 남편이 좀비처럼 식탁으로 모여든다. 돌아가며 짜장면을 후루륵, 후르륵 들이마시고, 면피용으로 시킨 누룽지탕도 한 숟가락씩 맛본다.

그리고는 어느새 각자의 자리(나는 내 방으로, 남편은 소파로, 딸은 자기 방으로)로 돌아가 영혼의 단짝인 스마트 폰을 본다.

우리 집 별이만이 치우지 않은 식탁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분주히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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