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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an 01. 2024

새해 첫 아침 만찬

맛있는 버터


새벽녘에 자연스럽게 잠이 깼는데, 여느 때와 달리 몸이 가벼웠다. 아프다고 어제, 그제 잠을 많이 잤기 때문인가..

새벽배송 온 장바구니를 열어 사골육수 봉지와 귤 박스, 다이어트한다고 멀리해 왔던 통밀빵과 소분된 가염버터를 꺼냈다.


두툼한 통밀빵을 하얀색 토스터기에 넣고, 4분에 고정되어 있던 다이얼을 돌려 4분 20초로 맞췄다. 오늘은 더 바삭한 토스트를 먹고 싶었다.


그 사이에 사골육수를 냄비에 붓고, 미리 불려놓은 쌀 떡국떡과 냉동 만두를 투하하고, 마늘 한 스푼을 첨가해서 새해 첫날 가스불을 켰다.


떡국이 끓는 동안 두 달 반이나 먹지 못했던 토스트가 완성되어 튀어 올라왔다. 전자레인지에 5초간 돌린 버터 한 덩어리를 토스트에 얹어, 정성스럽게 부시고 구석구석 펴 발랐다. 어젯밤에 사놓은 내 입에 제일 맛있는 오렌지 쥬스도 유리컵에 반 정도 따라 토스트 접시 옆에 두었다.


앙 하고 첫 한 입을 베어 물었는데, 풍부한 유지방이 가득한 버터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바삭하면서도 또 다른 고소한 맛이 나는 토스트와 함께 입안에서 팡팡 터진다. 정신줄을 놓고 먹다 보니 목이 매여 오렌지 쥬스를 급하게 한 모금, 두 모금 마셨다. 식사로 빵을 먹을 때마다 준비했던 달걀 후라이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구운 통밀빵과 살살 녹는 버터, 그리고 죽지 않기 위한 오렌지 쥬스.. 그 어느 날에 먹었던 잘 차려진 뷔페와도 비교가 안 되는 나의 새해 첫 만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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