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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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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Feb 03. 2024

스승님을 만나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싶어서 인스타그램 팔로잉을 하는 분 중에 그래도 안면이 있는 분께 선생님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나의 구구절절한 장문의 디엠에 그분이 추천해 주신 분은 A 바리스타였다.

피드를 살펴보니 프로필에 다양한 커피 분야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갖고 있는 분이셨다. 사진을 보니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팔에는 타투가 많이 있는 듯 보였다. 디엠으로 내 소개를 하고 수업신청을 하고 싶다고 메세지를 보내자, 외모와는 다른 느낌의 담백하고 진지한 답문자가 왔다. 백 프로 맞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글이 그 사람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짧은 답글을 보고도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첫 만남


이런저런 수업을 A 선생님께 들었던 나의 기억은 지금 뒤죽박죽이지만, 2020년 12월 초중반에서 시작해서 다음 해 1월에 첫 수업을 마친 것은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 나를 포함한 교육생 네 명의 얼굴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첫날 운전도 서툴고 연희동까지 가는 길이 초행길이라, 나는 수업에 늦을까 봐 조바심을 내며 조심스럽게 정체구간을 벗어나고 있었다.

선생님의 매장과 교육장이 있는 연희로 ***번지에 도착했을 때, 그렇잖아도 좁은 주차 공간에 어떤 차가 어정쩡하게 정차를 해놓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가 연결이 안 되니 바로 보이스톡을 눌러서, 상황이 이러하여 주차가 어려운데 좀 내려와서 봐주실 수 있냐고 물었다. 그 앞의 차는 건물주의 차로 바로 나갈 것이니 조금만 기다렸다가 주차를 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조마조마하게 차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때, 차주인과 거의 동시에 선생님이 나타났다. 내 차를 뒤로 빼서 앞차가 나갈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 준 후, 각도를 맞추기 어려운 공간에 차를 대야만 했다. 처음 보는 선생님의 수신호에 맞춰 온 힘을 다해서 핸들을 돌렸다가 풀었다가를 몇 번 반복해서 겨우 주차를 할 수가 있었다. 나는 당황하여 상기된 얼굴로 차에서 내렸는데,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려서 다시 차에 올라탔다가 핸드폰을 가지고 내렸다. 아차! 이번에는 차 열쇠를 두고 내린 게 생각이 나서 다시 차에 탔다가 차키를 가지고 내렸다. 아! 그런데 이제까지 시동을 안 끄고 차에 오르락내리락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온몸에 땀이 삐질삐질 나면서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마지막으로 차에 다시 들어가 시동을 끄고 나온 나는 차 열쇠와 핸드폰을 양손에 꼭 쥐고서, 겸연쩍은 미소도 짓지 못한 채 황급하게 계단을 올라가 교육장으로 향했다. 그때 선생님의 입가에 조금이라도 웃음기가 퍼져있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창피하고 민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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