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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Feb 20. 2024

자연스러웠어

Unsplash 사진


늦잠을 자버렸다. 평일 기상 시간은 보통 네 시 반에서 다섯 시인데, 일어나서 보니 여섯 시 반. 몽롱한 정신으로 남편 방문을 열어 보니 벌써 출근하고 없다.

새벽에도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180센티의 거구는 밥에 집착이 심한 스타일이다.  ”단, 탄, 지“라 불리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골고루 구성되어 있는 밥상을 추구하는 남편이라, 고기나 생선이 없으면 달걀 프라이라도 상에 얹어줘야 한다. 거기다가 식후에는 입안의 혀를 자극하여 미각을 폭발시키는 단맛, 쵸코렛티한 맛, 고소한 견과류 맛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아이스 카페 라떼를 365일 먹어야 되는 사람이다. 평소 같으면 내가 미리 안 일어나 있었으니, 성질이 나서 밥 차려달라고 나를 깨웠을 사람인데. 어제저녁때 메뉴인 샤브샤브와 미리 구워 놓은 굴비 구이를 혼자 차려먹고 나간 흔적이 식탁 위에 있다. 사과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는지 사과 반쪽의 뼈대가 접시 위에 남아있다.


예전 같으면 전화라도 해서 ‘아침 못 차려 줘서 미안하다’고 달래줘야 하는데, 이젠 이 짓도 귀찮아서 못하겠다. 남편도 자는 나를 깨우는 게 ‘이젠 이 짓도 귀찮아서 못하겠다’는 내 심정과 같았을 듯하다. 이건 전화해서 확인해 봐야겠다. 목소리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


그나저나 예전에 발행한 <방과후 강사로 살아봤어>를 연재물로 재발행을 할까 해서 대충 훑어봤더니, 대부분이 짧은 문자이거나 내 비공개 인스타에 적어놓은 글들이다. 이걸 또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다시 쓴다고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힘들다.


이 때는 2022년도로 처음 방과후강사를 시작한 해였다. 딸아이도 아직 고 3이었고, 지금보다는 아이 컨디션이 안 좋은 시기였다. 그래서 더 감성이 말랑말랑했었던 것 같다. 문신이 너무 많아서 한여름에도 팔토시를 하고 왔던 무개념 원어민 강사가 나를 참 힘들게 했었다. 수업 시간에 지각은 기본이었고 무단 결근한 날에는 잠수까지 타버리니, 내가 진땀을 빼곤 했었다. 공부 의지가 없는 아이들까지 콤보로 나를 힘들게 했었었다. 그럼에도 그때는 첫 해여서 그랬는지 아이들이 참 예쁘고, 악동짓을 해도 미운 감정이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해서든지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시켜보려고 전전긍긍하는 열정 터지는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총 11화로 다 읽는 데 12분 밖에 안 걸린다고 쓰여있다. 게다기 1화는 <감기> 글로 스킵해도 된다. 이쯤 되면 제가 어떻게 할 지 아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링크를 거는 거죠.

ㅎᄒᄒ(글 쓰는데 이런 거 ‘ㅎㅎ, ㅋㅋ’ 쓰면 안 된다고 하던데..)


즐거운 화요일 되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voet-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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