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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Feb 22. 2024

아빠 생각

눈꽃 핀 나무들


겨울 왕국으로 돌아간 것인가..

새벽 5시 50분쯤에 밖에 나가 봤다. 얇은 눈보라가 날리고 있었고, 인도에 쌓인 눈은 십 센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짚엎 후드를 뒤집어썼지만 슬리퍼를 신고 나온지라 발이 시렵기도 했고, 어둑어둑 하니 무섭기도 해서 금방 집으로 들어왔다. 밖이 밝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심한 딸 노릇을 잘하고 있는 내가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났다. 길 미끄러운데 출근을 어찌하시려나 걱정이 돼서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부지런한 아빠는 벌써 보건소에 도착하셨다고 하신다. 침대에 누워서 음악이나 듣고 있었던 나는 좀 죄송스러웠다. 아침부터 아빠를 기쁘게 해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아빠 **이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됐어요. 등록금 ㅇㅇㅇ만원인데, 0원으로 찍혀 나왔고, 학생회비 35,000원만 내면 돼요.” 그러자 아빠는 크게 웃으시며, “하하하. 잘 되었다.”  하신다. 손녀딸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우신 듯 보였다.  나도 딸아이를 볼 때마다 신통방통 한데, 할아버지 눈에는 더 그럴 것 같다.


부모님이 먼저 이사 나가는 날 짐이 다 빠진 후에,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계신 아빠를 딸과 함께 끌어안고서 “아빠. 같이 사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라고 울먹였었다. 원래 사시던 집으로 이사하신 후 처음 부모님 댁에 갔다가 현관에서 헤어질 때, 갑자기 울음이 터져서 아빠를 끌어안고 꺼이꺼이 목 놓아 울었었다. 남편이 현관문 옆에 서 있어서 그러셨는지,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신다는 듯이 웃는 낯으로 “왜 그래. 왜 그래.” 하셨었다. 그때는 이주일에 한 번씩 나 혼자서라도 찾아뵈야지 했었는데, 점점 방문 텀이 길어지더니, 한 달에 한 번 가기도 어려워졌다.

이제부터 내 생활과 내 감정에 집중하면서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컸었다.

아빠 입장에서는 이런 딸자식에게 서운한 감정이 드셨을 법도 한데, 티를 내지 않으신다. 갈 때마다 과일을 챙겨 주시고, 하다못해 세미나나 제약회사 마케팅 제품으로 나온 텀블러, 보냉백 같은 것들도 예쁜 디자인은 우리에게 주신다.

오히려 우리가 챙겨드려야 할 연세이신데도 그러신다.

항상 말없이 우리 곁을 지켜주시는 아빠가 지금처럼 건강하시고, 우리와 오래 함께 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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