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필라테스 수업 가는 김에 헬스장에서 성실히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려고 했었다. 학교 면접도 무사히 마무리된 어느 날인가부터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그리고 시기도 딱 들어맞게 필라테스 30회 수업권이 종료가 되었다. 잘 됐다! 아니 아니 내 말은 설 연휴는 지나고 새 수강권을 끊어야 합리적인 소비가 되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그렇게 등록을 차일피일 미루던 나는 어느새 겨울잠 자는 곰이 되어, 하루에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그와 동시에 몸무게는 0.2kg씩 야금야금 체지방과 함께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기감을 느낀 나는 예전의 그 식욕억제제를 처방해 주는 피부과 카톡 채널에 접속해서 병원 예약을 하게 된다. '그래. 이거 딱 한 달만 먹고 방학 전 몸무게로 돌아가자. 그리고 다시 싹센다 주사도 맞고 운동도 해야지.'라는 생각이었다. 또, 식욕 억제제의 한 달치 가격이 싹센다 한 달치 가격보다 훨씬 더 저렴한 것도 내 결정에 한몫했었다.
내 나름 머리를 써서 식욕 억제제를 먹는 동안은 싹센다 주사를 끊기로 했다. 두 약품의 작용 기전이 다르더라도, 복잡한 몸 안의 호르몬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 그런데.. 한 번 효과를 봤었던 식욕 억제제여서 내성이 생겼던 것인지, 예전만큼의 억제 효과가 없었다. 또, 집 밖에를 거의 안 나가니 먹을 것만 눈에 보여서, 배고플 사이가 없게 되었다. 이제는 조금의 배고픔도 참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식욕 억제제를 한 달 복용한 결과 체지방은 약간 줄었지만, 몸무게는 조금 더 늘어나는 기이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지난주 월요일부터 남은 싹센다 주사를 처음 시작하는 용량 0.6mg으로 다시 맞기 시작했다. 음식 중독자처럼 막 지은 기름기 좔좔 흐르는 흰쌀밥과 각종 과일을 탐하던 프레데터는 주사를 맞은 지 이틀 째가 되자, 식욕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갔다.
내가 한참 크는 십 대, 이십 대도 아닌 걸 생각해 볼 때, 이런 비정상적인 식욕은 비만으로 인해 식욕 관련 호르몬 조절이 엉망인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자식한테 그리고 배우자한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다시 마음 다잡고 운동 예약 싸이트에 접속해 본다.
지금은.. 스모키 메이크업하고서 푸바오 대신에 동물원에서 굴러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