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싹센다 공급이 원활하지가 않았다. 게다가 갑자기 발등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해져서 정형외과에 갔다가 새로운 질병을 진단받았다. 그로 인해 부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운동을 못하게 되었고, 약간의 체중 증가가 왔다.
가끔 아빠가 전화하셔서 내 체중과 BMI를 체크하신다. 최근에 전화하셔서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대학병원 가서 gastric bypass 수술을 받아라. 너 그러다가 큰 일 난다."라고 하셨다. 이런 말까지 들으니 한동안 심난했다. 비만 때문에 수술까지 받아야 되나 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도 집에서 한 잔 마셨다.
비만클리닉 진료받는 날 의사 선생님께 비만대사수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외과에 진료를 잡아 달라고 했다. 수납을 하고 진료 예약을 하는데, 요즘 사직한 선생님들이 많아서 기존 수술 예약도 거의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상담만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직원에게 부탁을 했다.
시국이 이렇다 보니 병원에 환자도 많이 줄어서 보통 십오 분 정도 걸리던 주차가 오분 만에 되고 있다.
지난주에 수술 상담을 받게 되었다. 담당 선생님은 잘 생기진 않았지만 피부가 까무잡잡한 훈남과였다. 내가 딱 경계점에 있고, 수술의 장단점이 있으니 수술받지 말고 오키로만 빼보라고 하셨다. 게다가 내가 수술받을 수 있는 팔월 달에는 선생님이 해외연수를 일 년 기한으로 나가시게 되어 자신은 수술을 해 줄 수가 없다고 하셨다. 하.. 큰맘 먹고 왔는데..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싹센다 공급이 원활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듬성듬성 가는 필라테스를 갈 때마다 수업 시간보다 사십 분 일찍 가서 유산소를 삼십 분씩 빡세게 해 줬다. 십분 트레드밀, 십분 사지를 움직이게 하는 기구, 십분 이름 모를 힘든 기구. 이렇게 해서 땀을 흘린 후 나머지 십 분은 매트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다. 그리고 나서 필라테스 수업을 들어가면 하다가 중간에 울고 싶어 진다. 강사님이 내 표정을 보고는 더 이상 푸쉬를 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어느 날 체중계의 앞자리가 왔다리 갔다리 한다. 코로나 이후로 보기 힘들었던 앞자리였다.
아..살을 빼려면 운동을 이렇게 울고 싶을 정도로 해야 되는 거구나..
이번주는 내일과 모레 오전에 운동 예약을 해놨다.
저는 울러 갔다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