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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l 03. 2023

<결계>


달궈진  돌판 위의 삼겹살처럼 지글지글 타오르는 감각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둥근 황금빛 두 개의 띠를 무너져 내릴 듯이 흔들어 놓은 날 물리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결계>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소위 아이스 브레이킹 이후 많은 양의, 밀도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기에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 달리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마음도,  에너지도 쏟아붓고 싶지가 않은 요즘이다.

굳이 나를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제서야 필요성을 느껴 만든 procedure에 따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어떤 사람인지 판단해서 어떤 그룹에 놓고, 그 관계에 얼마만큼의 노력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조차 피곤하다.  

있는 사람들도 쳐내 정리하기 시작한 요즘 내 바운더리에 순위를 매기고, 결계 1,2,3.. 을 둘러쳐서 다시는 인간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럼에도 주고받는 거 없이 순간적으로 나를 끌어당겨 내 결계를 흔들어 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쏟아내는 문장들에 숨이 막히는데도 자기가 튕겨나가는 줄도 모르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함부로 두드리지도 말고, 노크도 없이 뚫고 들어오려고도 하지 말라.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주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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