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tlionheart Sep 02. 2023

<주파수가 맞았던 걸까?>

최근에 아니, 내 인생을 통틀어서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어떤 수업 모임에서 신체 활동이 어려운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수업 초반에 여담으로 그 학생이 특정 수업 과정을 중도 포기하게 되는 일이 있어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그 과목을 클로징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중간 관리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었다.


그때 나는 그 선생님의 어려움 뒤에 말하지 않았던 그 학생이 느꼈을 현실적인 한계치가 어렴풋이 짐작이 되면서 잠시 찡한 마음이 들었었다.


그러고는 수업이 시작되어 순서대로 커피 맛에 대한 구술이 진행되었다. 내 차례가 지나가고, 내공 높은 분의 순서가 지난 다음에 그 선생님의 구술이 시작되었을 때였다.


갑자기 빠른 속도로 흩어지는 단어들은 무의미해지고, 그 목소리의 깊이와 울림만이 공기중에 퍼져나가니, 내 가슴이 미어지면서 뜨거운 눈물이 가득 차고, 머릿속은 점차 폭풍이 휘몰아쳐 무아지경에 이르게 되어, 시공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분의 목소리에 따라서 내 감정은 미친듯이 요동을 쳤고, 머릿속은 소용돌이가 치면서 이 상태가 끝이 없는 것처럼 영원하게 느껴졌었다. 어느덧 구술이 멈추고, "한 편의 감동 드라마였나요?"라고 웃음기 묻은 대사를 그분이 던져줬을 때, 나는 겨우 오열을 멈출 수가 있었다.


미스테리이긴 하지만 이날 일을 나름 과학적으로 풀어보자면, 공감능력 좋은 편인 내가 공기중에 퍼져나간 그 선생님의 고뇌와 마음을 담은 목소리 파동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주파수가 딱 맞아 떨어졌기에 그런 현상이 나타났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그 날을 잠시 떠올려 보아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전 04화 <결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