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바람 소리가 들리다가 갑자기 바깥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커튼을 걷어 보니 길에 눈이 한 겹 얇게 깔려있다. 베란다로 나가 사진을 찍어 본다. 첫눈이다!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 바람 소리가 커지더니 한 여름 비가 쏟아질 때 들리는 천둥소리가 들린다. 한 번 더 긴 여운을 남기는 천둥이 친다. '번개와 천둥은 짝꿍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번개를 못 본 건가?' 늦어도 한참 늦은 행동인 줄 알면서도 커튼을 살짝 들어 밖을 내다본다.
바람을 느끼고 싶어서 방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제법 차가운 바람이 창을 타고 넘어와 짧은 티를 입어 삐죽 드러난 내 등에 와닿는다. 하품을 하는데 한기가 느껴진다. 추우면서도 창은 닫지 않고 온풍기를 틀어 회전을 시켜본다. 에너지 소비 효율면에서 빵점이다. 몸을 창 쪽으로 틀어 앉아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칼바람을 비스듬히 느껴본다. 왼쪽 팔과 무릎은 창을 넘어오는 바람으로 춥고, 내 몸의 오른쪽 면은 온풍기 바람으로 덜 춥다. 이때 등줄기가 추위로 뻣뻣하게 긴장이 되며 몸이 덜덜 떨린다.
새벽 세 시 오십칠 분. 드문드문 불 켜진 집들이 보인다. 그들도 새벽의 흰 눈을 나와 같이 봤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재미있고 입꼬리마저 올라간다.
아 이제는 추위로 오른쪽 어깨가 굳어진다. 창을 닫아야겠다.
새벽 네 시 육 분. 첫눈 온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다시 침대에 눕는 걸 거부해 본다.
이제부터 뭐 하고 놀까 궁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