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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이 선물로 들어왔다

by hotlionheart


설 연휴가 코앞이라 이런저런 선물들이 배송되고 있다. 부피가 큰 스티로폼 박스와 종이 박스들로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감에 따라 '저걸 어떻게 다 버리나' 하는 생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조금씩 올라간다. 그래도 들어온 선물들을 집안 어른들 기호에 맞춰 '이거는 친정집으로, 저거는 시댁으로 보내야지' 하면서 나누어 정리할 때는 벌써부터 내 마음이 뿌듯해진다.


양가 어른들 기호와 상관없이 귀한 물건이 들어올 때는 나는 남편의 본가로 갖다 드리라고 말하곤 한다. 아들이 열심히 일한 덕에 들어온 선물이니 그렇게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다. 이럴 때 남편은 장인어른이 좋아하시는 것이니 아버님 댁으로 갖고 가자고 한다. 이렇게 설과 추석 명절 직전에는 반년 묵은 얄미움이 사라지는 순간이자 대화합의 장이 열리는 시기이다.


이번 주 초에 국내산 더덕이 선물로 들어왔다. 이 건에 대해서는 서로 어느 집으로 갖다 드리자는 말을 안 하고 있었다.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나 혼자만의 느낌만 들뿐이었다.

인삼이나 홍삼에서 나는 사포닌 특유의 향을 좋아하는 나는 기다리다 못해 "더덕, 우리도 맛은 봐야 하지 않겠어?"라고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렇게 하자고 남편으로부터 답톡이 왔지만, 나머지는 어느 집으로 갖고 가자는 말은 없었다.


배송 온 그대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던 더덕을 꺼냈다. 포장을 뜯고 찬찬히 보니 생각만큼 알이 그렇게 실하지 못하다. 한 줌 두 줌 꺼내다 보니 반이나 꺼내게 되었다. '우리 세 식구 맛보려면 이 정도는 있어야지. 손질하고 나면 양이 더 줄어들 텐데 ‘ 하면서. 나머지 반은 포장에 쓰인 이끼와 키친타월을 지퍼락에 함께 넣어 냉장고에 보관했다.


요리에 임하기 전에 레서피를 항상 검색하는 나는 ’더덕구이‘를 검색창에 입력했다. 쭉 읽어 보니 손질하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먼저 흐르는 물에 더덕을 씻어주고, 끓인 물에 살짝 담갔다 빼서 껍질을 벗기라고 나와있다. 하지만 나는 내 편한 대로 종종 레서피에 변화를 준다. 그래서 감자껍질 벗기는 필러로 씻은 더덕 껍질을 박박 밀어버렸다. 이때 중요한 건 진액이 나오니 꼭 비닐장갑을 끼고 작업을 해야 한다.

도마에 랩을 씌우고, 주방에서 쓰는 망치에도 랩을 두르고 나서 깐 더덕을 망치로 살살 때려 속살이 드러나게 으깨준다. 이렇게 해야 양념이 골고루 베어 들어간다. 더덕의 아린 맛을 빼주기 위해 천일염을 녹인 소금물에 십 분에서 이십 분간 손질된 더덕을 담가둔다. 찬물로 더덕을 헹구어 소금기를 헹궈주고, 채반에 받쳐 물기를 빼준다.

고추장, 고춧가루, 진간장, 설탕, 매실액, 참기름, 마늘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고, 준비된 더덕에 양념을 버무려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양념된 더덕을 들기름과 식용유를 반씩 섞어 프라이팬에서 구워주면 된다.



시간을 보니 양념장 만들고 버무리는 단계는 오분밖에 안 걸렸다. 껍질 벗기고, 망치로 두들기고, 소금물에 담그고, 헹구고 물기 빼는데 사십 분이 넘게 걸렸다.

참 손 많이 가는 음식이다.


손이 많이 간만큼 내일 아침 밥상에는 더덕향이 가득하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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