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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Sep 07. 2023

<욕망의 거리에서>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밀집해 있는 강남. 프랜차이즈 병원들의 대형화로 박리다매 식으로 다양한 시술들이 매우 싼 가격에 행해지고 있다. 예뻐지고자 하는 욕망과 그에 맞물려서 돌아가는 미용 산업이 빠르게 진화하며 고속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내가 다니는 피부과도 강남 한복판에 있어서 병원 건물에 발렛파킹을 하거나 주차장으로 지정되어 있는 길 건너편 부띠크 호텔에 셀프 주차를 해야 한다. 발렛비 삼천 원이 아까운 나는 거의 호텔 주차장에 차를 대곤 했었다.


오후 시간이나 해 질 녘이나 들고 나는 차들이 항상 많다는 게 의문스러웠지만 내 갈 길이 바쁜 나는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오곤 했었다. 하지만 어떤 날은 관리를 마치고 기계식 타워에서 차가 내려오길 기다릴 때, 입차하는 차에서 내린 남녀를 뒤돌아 보게 되면 특히 여자가 스카프나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행동을 하거나 나를 등지고 서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나름 30대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었는데, 이것이 소위 부적절한 관계인 것인가? 하면서 혼자 소설을 쓰기도 했었다.


또, 어떤 날은 2인 1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하게 보이는 여인 둘이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보기도 했다. 아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 머릿속이 시궁창이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7월 폭염이 오기 전 주였던가.. 그날은 평일 대낮이었다. 교통체증을 피해 그 시간에 강남에 도착한 나는 좌회전하여 그 호텔 주차장에 막 들어서려던 순간 주차요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만차에요~”

“네?”

“만차라고요”


급하게 차를 돌려 병원 건물로 향하면서 지금 이 시간에 일 안 하고 여기 와 있는 커플들은 누구일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젊은 커플, 나이 든 커플, 이 두 가지의 콤비네이션 커플들.


이럴 정도로 뜨거운 사이는 어떤 관계인지 또, 이토록 활발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급이었다.


어쩐지 만차는 활활 타오르는 이 거리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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