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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날개달기 Jun 19. 2023

관행

회식비의 의미

- 이번엔 소고기 먹으러 가요!



- 땡팀장님이..  허락하실까요? 메뉴는 서무권한이라고 냉삼겹 먹자고 하실 것 같은데요.



- 회식할 때마다 서무 눈치 봐야 한다니, 너무 이상해. 어차피 월급 못 올려줘서 주는 회식비인데. 내 돈인데 왜 먹고 싶은 거 못 먹지?



- 어쨌든 예산으로 내려오는 거니까, 서무 팀장님 오시면 여쭤보는 게..



직원들이 한숨을 깊게 내쉰다.



- 서무라는 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구류 필요하면 본인이 문구비로 쓰고, 야근해야 하면 본인이 야식대 떨면 되지 않나요?



- 맞아요. 예산을 제대로 쓰는 걸 막으려고 만든 서무제도 같아요. 각자 한도 주고 알아서 쓰면 얼마나 투명하고 좋아요. 서무대리 피곤할 일도 없고요.



- 맞아요. 서무대리가 식빵 사다 나르고, 볼펜 사러 다니고, 회식비 떨고, 어휴 정말 구시대적입니다.



보수적인 집단은 바뀌는 걸 싫어한다.



금융권은 대표적인 보수적 집단 중 하나.



행장 참석하는 행사 한번 진행하려면 관련부서 직원들이 단상 옮기는 연습만 열 번도 더 한다.



행장이 지나가는 말 한마디만 해도 곧장 따라야 한다.



직위가 높을수록 말의 무게도 무거워지니, 행원들의 가벼운 말은 아무리 떠들어대도 바뀌는 게 없다.



서무들은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다 알고 있지만, 관행에 대해 회사와 다투지 않는다.



말하고 애써봐야 바뀌는 게 없다는 걸 아니까.



- 서무팀장님께서 그럼 목살 먹자고 하시네요.



그래도 계속 떠드는 허대리와 박 차장이 있어서 다행이지 않나.



냉삼겹을 목살 정도로 바꿀 수는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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