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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흘린 우주에 맥없이 홀렸습니다

챌린지 85호

by 이숲오 eSOOPo

거문고 탈 때


한 용 운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러니 첨 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았다가 가늘고 가늘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네를 뜁니다

마지막 소리가 바람을 따라서 느티나무 그늘로 사라질 때에 당신은 나를 힘없이 보면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아아 당신은 사라지는 거문고 소리를 따라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오전에는 주니어 대상으로 더빙 수업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시니어 대상으로 낭송 수업을 진행했다


두 수업이 겉으로 다른 듯 보이지만 사실 비슷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하여 감정을 담아낸다는 점이


이미 인쇄된 활자가 나를 관통하자 색이 달라진다

빛을 발산하고

무게를 지니고

방향을 가지고

냄새를 풍기고

감정을 싣고서

여기서 저곳으로 아름답고 경이롭게 춤추며 달린다


처음의 표정이 사라지고

새로운 표정이 자리한다


호흡이 살아서 꿈틀거린다 여럿이 어울리자 으르렁


우리는 모두 다른 악기를 목에 지니고 살고 있구나

어느 상대도 비슷하거나 겹치지 않아 점점 흥겹다


왜 신은 목소리를 모두 다르게 설계했을까


그 간격에서 우주를 상상한다

마음이라는 우주


내 목소리를 드러내는 건
내 우주를 흘리는 은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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