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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서

1050

by 이숲오 eSOOPo

모르는 만큼 보이지 않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어서

가만히 눈을 감을 때에는 모르고 싶은 심사가 된다


수면에서 시각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유의미하다

눈만 감아도 촉각 후각 미각 청각이 스위치를 끈다


가끔은 눈을 지우고 싶어요


내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작은 눈을 치켜뜨곤 한다

그러다 놓치는 소중한 알아야 할 것들을 나는 안다


알고 있는 것들도 수시로 밖으로 꺼내 볕에 말리고

순도를 점검하고 변한 것은 솎아내 폐기해야 한다


아는 것이 아는 것이라 믿는 것인지 아는 과정인지

아는 것이라고 주변에서 부추겨 겨우 장착한 건지


아는 것의 알맹이는 온데간데 없고 껍데기만 곱게 쥐고서 아는 것의 행방도 잊은 채 우왕좌왕 하는지


'나는 알아요'는 '나는 보고 있어요'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시가 그렇고

해가 그렇고

글이 그렇고

내가 그렇고

별이 그렇고

길이 그렇고

꿈이 그렇고

니가 그렇다


그래서

별을 알려고 시를 보고

길을 알려고 별을 보고

글을 알려고 해를 보고

꿈을 알려고 글을 보고

너를 알려고 꿈을 보고

나를 알려고 너를 보고


제대로 보려고 달리 보고 고개를 돌려서 비켜본다


[오디오북] 이숲오 장편소설
<꿈꾸는 낭송 공작소>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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