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89호
산속에서 버터플라이 수영하는 아버지
함 민 복
아버지 무덤가에 향나무 한 그루 있네
아버지가 죽기 전에 꺾꽂이해놓은 향나무
봄 햇살에 심어놓고 고향을 떠났네
이젠 나보다 키가 훨씬 큰 향나무
자주 고향에 들르지 않는 나보다 효자네
향나무 기르기는 아버지의 주특기
경로당에도 초등학교에도 면사무소에도
우리 밭둑에서 캐어간 향나무가 자라고 있었네
그러나 지금 그 향나무들 없네
그냥 그 나무들 자라던 자리만
내 마음속에 단정히 서 있을 뿐
산속에서 머리를 땅에 박고 양팔 벌려
버터플라이 수영 포즈를 취한 아버지 산소에서
향나무 열매를 하나 따보았네
향나무 열매에서 향나무 향기가 나네
향나무 열매 속에 향나무의 내세가,
향나무에 대한 기억이 가득 차 있네
산에서 흙 속을 수영하며
아버지 어디로 나아가는 걸까 배영으로
누워서도 힘찬 버터플라이 자세를 보여주시며
너도 소멸로 수영해 나아가려면
아버지가 되어보라고
향나무 열매 많이 매달아놓으셨네
아버지 죽어서도 나를 키우시네
오늘은 아버지 기일입니다
공교롭게도 어린이날이라 내가 아이가 된 것같고
가톨릭에 독실하신데 부처님 오신 날에 돌아가신
얼마 시간이 흐른 것 같지 않은데 벌써 육주기라니
늘 말씀이 없으셨는데 부재후 무수히 소통이 되는
힘겨운 순간마다 귓가에 당신의 말씀을 들려 주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당신을 더 깊이 알게 됩니다
시인의 시어처럼 당신은 죽어서도 저를 키우십니다
이제는 당신을 다르게 그리워하려 합니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닮게 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타인에 대한 태도
배움에 대한 열정
언어에 대한 신중
자신에 대한 절제
여전히 내 안의 영웅이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https://youtu.be/I8E1haEdhVs?si=KduPWGeBdixeOV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