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겁쟁이로 자꾸 돌아가지
모든 미련은 미련함에 있듯이
어떤 한산함은 한사람에 있다
짙은 망각은 곧은 지도를 펼치면서 시작되고
그렇게
그런데
그러하므로
그러는 사이에
몇몇은 글쓰기를 그만두었고
몇몇은 글쓰기로 돌아오지 않았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할 말은 희미해졌고
너무 많은 생각이 있었으나 엉덩이는 게을러졌다
늘 그렇듯이
아픈 것은 무엇을 안 하기에 좋은 핑계가 되지만
건강한 것은 무엇을 하기에 완벽한 이유는 아니다
마음이 불쾌해지면 더 불쾌해지고 싶어서 거리를 서성이다가
우연한 풀잎이 말을 건넨다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
이것 뿐이라는데
이것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털썩 주저앉는다
그곳이 꽃밭인지도 잊은 채
한참을 가만히 골똘한다
멈추어 있는 동안에 웅크렸던 각오들은 꿈틀거린다
온통 부끄러움이 고개를 쳐든다
어쩌면 자주 수치스러워 바삐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한번도 흐른 적이 없었고
그저 제자리에서 깜빡이거나 교차하거나 그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