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리에는 바다가 없다
바다를 등지고 숲을 본다
물이 좋아서 바다가 되고
나무가 즐거워 숲이 되고
물을 머금은 풀과
풀을 뒤덮은 물과
한발씩 한발씩 다가가 잠기다가
한숨씩 한숨씩 내몰아 오르다가
문득 카프카가 말한
희망 없는 상황에서의 희망을 떠올린다
이어서 파도의 포말 같이 살다간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올 거라고 했으니
나의 짧은 언어들은 희망이 아니고 무엇이랴
늘 바다는 가능하지 않는 것들과 희망 사이에서 파도치고 결국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줄 알면서도 희망으로 몸을 던져 안도하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