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연락하나 봐라
<기본 표현>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
<응용 표현>
내가 또 연락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
앞으로 연락하고 또 그러면 내가 성을 간다
I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각인시키는 인정욕구 언어
연락 안 하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인 사이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가장 궁색한 표정으로 말하기에 실제로 뱉어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기도 합니다. 순간적으로 자존심이 상했거나 상대에게 실망했을 때 쓰는 표현이니 엉성하기 그지없죠. 둘 사이의 상황을 지켜본 지인이라면 머지않아 손에 장을 지져야 하고 개명을 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모임에 나온 당당한 친구를 보게 됩니다. 슬쩍 속내를 듣고 싶어서 말을 건넵니다. '너 다시는 안 볼 듯이 그러더니 왜 나왔냐?' '내가 연락을 안 한다고 했지 연락을 안 받는다고는 안 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연락을 내가 하고 나온 것이 아니기에 손에 장을 지지거나 성을 바꾸는 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화가 나면 공약을 내건 다짐들을 공공연하게 내뱉습니다. 꼭 말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면 조건을 느슨하게 넣거나 두고 볼 것들의 빈틈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표현은 타인을 위협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인정 욕구를 표출하는 쪽에 힘이 실립니다.
'다시는 연락하나 봐라'는 상당히 레트로적인 표현입니다. 전화기나 편지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시절에는 모든 연결 수단을 다 끊어버리겠다는 비장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연락을 하지 않아도 소통하고 서로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방법들이 무수하기에 연락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더 이상 아쉽게 들리지 않습니다. 차라리 상대의 오금을 저리게 하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세요. '내가 내일부터 날마다 연락할 테니 그런 줄 알아!'
II 연락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욕망입니다
누군가를 부르고 누군가에 가 닿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지는 욕망이 연락입니다. 이어지고 얽히는 것이 연락의 본질입니다. 그저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를 주고받는 것은 연락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입니다. 연락에는 두 가지 구성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상대와 정황입니다. 연락할 상대가 있다면 그에게 어떤 특정한 일의 정황을 알려야 합니다. 어떤 상황의 조건이나 상태를 알리거나 어떤 일이 진행되어 가는 모양이나 상태를 알려야 연락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한 일의 경중을 가리다 보니 연락이 쉽지 않은 겁니다. 상대에게 가치가 있는지 의미가 있는지를 나도 모르게 고민하는 것이죠. 가끔은 '오랜만'이라는 연락의 공백만으로도 특정한 일이 되어 연락이 반갑게 성립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거리를 두고 싶으면서도 연결되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것도 연락입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누구와의 연락을 기다리거나 혹은 연락하기를 주저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