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은 당근에 내 놓았어요
떠날 곳과 머무를 곳을 오가며 하루를 보낸다
떠날 곳은 이제 더이상 머무를 곳이 아니어서 마음이 서둘러 떠난 상태이고
머무를 곳은 이제 더이상 낯선 곳이 아니어서 마음이 성급히 머문 상태이다
아무리 고쳐 먹어도 이전의 장소를 대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사물보다 시선을 먼저 옮기니 다르다
이사는 사물보다 시선을 옮기는 일
지금은 서툴지만 곧 익숙해지기로 하고
문을 앞으로 열다가 옆으로 여는 것이 뭐가 대수냐
창이 세 개에서 한 개로 하늘과 구름이 작아질 뿐
전기도 흐르고
물도 흐르고
소음도 흐르는 것은 어디나 같은데 눈물은 왜 흘러
집주인의 엠비티아이를 계약서에 적지 못하고
나의 별자리를 계약서에 그려넣지 못하고
서로의 바른손으로 악수를 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건 유난히 한국적이지 않은 인사말인데
달리 할 말이 없다는게 임차인의 숙명보다 서글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