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수치

수치羞恥는 수치數値로 알 수 없을까

by 이숲오 eSOOPo

다리를 다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릎을 다쳤다

한동안은 좋아하는 산책과 오래 걷기는 어렵겠다

뛰던 것도 아니고 걷다가 넘어졌다

생각에 잠겨 그저 걷는 중에 넘어졌다

속도가 있었는지 양쪽 무릎과 양손바닥이 바닥에 닿는 충격이 컸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넘어진 채로 한참을 있었다

당황해서인지 부끄러운지 그 자세가 편안했는지


너무 아프다

절뚝거리면서 집으로 간다

추운 날씨에 장갑을 끼고 내의를 입은 탓에 완충과 보호가 되었지만 통증이 여전해 우려가 된다

도착해 무릎을 보니 왼쪽은 파랗다 못해 시커멓고 오른쪽은 피가 흥건하다

나의 몸은 오른쪽이 더 무거운가 보다

손바닥에는 없던 손금이 생길 정도로 흔적이 깊다


넘어진 이유는 단순하고 소박하다

보도블록과 턱 사이의 간극에 몸이 균형을 잃은 탓

발에 전부를 의지한 몸뚱아리는 발의 일부가 높고 발의 일부가 낮아지자 몸에게 선택을 요구한 것이다

나아갈래

머무를래

몸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주저앉는다

몸의 리듬이 깨지자 움직임을 멈춘다

생각이 몸의 리듬을 방해했는지도 모른다

몸을 돕지 못한 생각이 순간 발을 건 것일지도


지금은 내 피부같은 편안함이라는 광고문구가 붙은 밴드를 붙이고 비스듬히 누워 내일부터 있을 밖으로 나가야할 일정을 수정한다

이러나 저러나 찾을리 없는 나의 누추한 스케줄이긴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몰랐던 다른 신체부위가 욱씬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