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로 하루를 지울 수 있다면
지우고 싶은 날은 이상하리만치 오래 아로새겨진다
기념일은 본디 지우다 지우다 지쳐 결국 쓰러진 날
새겨진 곳에는
바람이 머물고
빗물이 고이고
볕이 고였다가
영원으로 등록되어 별이 내려 앉는다
한동안 소홀했던 이들을 만나고 까마득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각자의 즐거움으로 사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함부로 놓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의 전부
낮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빛의 빈도가 가팔라지고
부르는 노래가 변태를 시작한다
사랑은 사탕보다 달콤해지고
우정은 무청보다 새콤해진다
건강에 대한 상식들은 왜 모두 건강해 보이지 않고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고 상식 밖의 범위에서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지
몰라서 참 다행인 지식들이 너무 많고
몰라서 참 다행인 소식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