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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08. 2022

나의 초능력들 46

이름 짓기 : 상대에 대한 애정 어린 이해

다르게 부르니 새롭게 다가오더라


누구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무수한 존재들 속에서 나를 불러내려면 고유한 이름은 불가피하다.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호명이 전제된다. 불려진다는 것이니 부르는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적합한 이름이라면 잊히지 않기도 하고 친근할 것이나 세상의 모든 이들의 이름은 지어진 채 살아왔다. 지어질 때의 이름은 어떤 바람과 사연, 부모의 취향, 감성, 족보 내 항렬과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어떻게 만들어졌든 간에 이름은 일방적으로 주어진다. 게다가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드물어서 세상에서 가장 어색하고 어려운 발음 또한 자신의 이름이다.  


조금씩 친숙하게 관계 지어지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상대의 이름을 짓기 시작한다. 핸디캡이나 약한 부분을 부각해 놀리는 목적의 별명과는 다르다. 이름을 처음 짓듯이 신중하게 관찰하고 작명한다. 하나를 말하면 센스 넘치게  열 가지를 알아차리는 친구에겐 '텐지아(Ten知兒)'라고 부르고 연기 지망하는 친구에겐 가장 아름답게 꿈을 피워 보라고 '가피연'이라고 지어주거나 항상 스스로를 박복하다 한탄하는 친구에게 복과 희망 있으라고 '복희'라고 부른다. 다행히 모두들 흔쾌히 허용하고 있다. 내가 이러는 것은 지금 가장 그 다운 이름, 그에게 필요한 주문과 기원이 담겨있는 이름을 불러 주고 싶은 이유에서다.


이름 짓기는 내가 구성원으로 있는 사모임에서는 당연한 놀이다. 만나서 한 번도 떡볶이를 먹은 적이 없어서 '떡볶이'라고 짓기도 하고 스터디는 재미있고 지속적이어야 한다고 '스펀지'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구성원의 이름 한자씩을 조합해 엉뚱한 이름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결속을 다지게 되고 모임에 대한 애정을 높이기도 한다.


나의 초라한 능력은 나와 관계 지어진 이들의 두 번째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이다. 약점으로 점철된 별명이 아닌 장점으로 무장된 이름을 달아 주고 축복하는 일은 신나고 행복한 놀이다. 가지고 있던 이름은 누구나가 부르지만 나만의 이름은 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본래 특별한 그들이니 가치를 비로소 되찾은 것이다. 당신은 애정 하는 대상이나 모임에 어떤 이름들을 지어 보았는가? 그리고 당신은 누군가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을 지어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리고 마음을 담아 소리 내 불러 주기까지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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