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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26. 2022

사물과 마음 사이 II

가방과 기분

오른손잡이인데 가방은 왼쪽에 다.

오른손잡이니까 왼쪽에 는 건지도.

어깨에 메지않고 손에 들 때에도 왼손에 드니

가방은 몸의 왼편에 있을 때에 안정감이 있다.

거추장스러운 외출이 싫어 보통 빈손이 잦다.

혹 두 손이 감당할 수 있는 개수이상으로 소지품이 늘어나면 가방에 담는다.

가방의 수납공간은 상상을 자극한다.

첫번째 기분이 일렁이는 순간이다.

무엇을 가방에 담을 것인가.


가방에 넣는 사물들은 가방이 개봉될 장소를 말해주고 가방이 돌아다닐 시간을 드러낸다.

가방에 가장 먼저 넣는 것도 기분이고

맨 마지막에 가방에서 꺼내는 것도 기분이다.

가방은 메는 순간 나를 대변하는 사물중 가장 강렬한 메시지다.

그렇지 않다면 가방은 애초부터 의류에 편입되었을 것이다.

옷 안에는 몸이 있고

가방 안에는 몸을 돕는 사물들이 있다.

돕는 것은 없어도 되는 것이다.

반드시 없어도 되는 것들의 소유가 권력이다.

부드러운 권력은 유혹적이다.

그래서 가방은 옷보다 사치스럽다.

가치있는 몸을 감싸는 것보다

가치없는 몸의 보조사물을 감싸는 것이 세다.

기능이 특별하지 않아도 가방은 많을수록 더 갈망한다.

가방은 가상의 방, 가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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