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Jan 15. 2023
어쩌다, 시낭송 007
서러움에서 아름다움으로 넘어가는 시간
I 당신의 숨겨진 창을 열어 드립니다
여기 네 개의 창이 있습니다.
나도 알고 남도 아는 열린 창
난 모르고 남만 아는 눈먼 창
나는 알고 남은 모르는 숨겨진 창
나도 남도 모르는 미지의 창
창 대신에 자아를 대입해 보면 정체성이 됩니다.
나만 몰랐던 자아를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이때 비로소 눈멀었던 내가 눈을 뜨고 열린 자아가 됩니다.
그런데 미지의 나를 만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무언가로부터 강력한 충격이나 경험이 없다면 감지하기 힘듭니다.
시를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미지의 창이 열리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취하거나 미쳐야만 엿볼 수 있었던 미지의 창은 한 편의 시가 은밀하고 정중하게 열어 보여줍니다.
II 시를 읽는 일은 사랑하는 행위와 유사해요
시를 눈으로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면 입술에 시어들을 가져다 대보게 됩니다.
시어의 참맛은 목소리라는 아밀라아제와 만나야 1차 소화가 이루어집니다.
반복된 들숨과 날숨의 호흡은 감정과 뒤섞여 거칠게 감미롭게 변화합니다.
함부로 내뱉지 못하고 감성과 매 순간 타협하며 필터링된 언어들은 그제야 거침없이 던져집니다.
이때 청자의 귀에만 가닿지 않고 이미지로 망막에 맺히는 환각과 촉각 되는 착각도 선사해야 합니다.
그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낭송하는 이처럼 사랑에 빠지는 감정에 가깝게 다가가게 합니다.
오롯하게 순환의 거대한 원을 형성해야 마침내 낭송은 마무리됩니다.
III 사랑의 처음에 발을 내디뎠던 그때처럼
한 사람을 사랑했네_이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