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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16. 2023

어쩌다, 시낭송 008

산다는 건 너와의 자국과 흔적을 서로 감당하는 것

I    그대의 자국과 흔적을 기억합니다


날마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를 지나가고 무엇인가를 한다.

그때마다 자국을 남기거나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억에 남겨져 나만 오롯이 인식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도 내가 밟고 지나간 자국과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굳이 자국과 흔적의 차이를 구분해 보자면,

어떤 물체에 다른 물건이 지나가면서 닿아서 생긴 자리가 자국이고,

어떤 일이 진행된 후에 남겨진 자리가 흔적이다.

그러니 타자와의 말과 몸이 맞닿아 생성된 모든 부수적인 상처나 기쁨은 자국이 되고

타인과의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겪고 난 후의 모든 뒷자리는 흔적이 된다.

결국 우리는 서로 부딪히는 순간마다 자국과 흔적을 남기며 그 자국과 흔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다.

후회, 반성, 추억, 기억, 뿌듯함 등 모든 것들은 그저 자국과 흔적을 감당하는 각자의 방식일 뿐이다.




II    어쩌자고 얼룩인가요


세상 사람들은 조금 나쁜 자국과 흔적들은 얼룩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있어서 기존의 순수를, 예전의 평온을 훼손했다고 여긴다.

얼룩진 것들은 단지 본바탕과 다른 색을 지녔을 뿐인데, 눈에 거슬리니 얼룩은 제거될 대상이다.

얼룩들은 지나가는 눈을 멈추게 하고 요동치는 몸을, 낯선 실물의 얼룩소를 마주한 듯 가만히 세운다.

놀랍게도 긴 시간 얼룩을 마주하게 되면 그것은 하나의 흐름 안에 흡수되어 또 하나의 리듬으로 재탄생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다음에는 얼룩 너머의 '덜룩'을 꿈꾸며 기다린다.




III    얼룩덜룩해진 그대의 상처를 시로 어루만져 드릴게요


https://youtube.com/watch?v=1H_eaHJt3bk&feature=shares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_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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