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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18. 2023

어쩌다, 시낭송 010

어떻게로 묻는 질문들은 죄다 나약하다

I    어서 갈게! 처음이니까


논문 학기가 다가오고 있다.

자기 위안의 글쓰기에서 보다 논리적인 글쓰기로 모드를 옮겨야 한다.

자유로운 형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양식에 맞추어서 글을 써야 한다.

이렇다 할 목적이 없던 이야기에서 이야기 없는 목적을 향하여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우뇌를 폐쇄하고 좌뇌를 열어젖혀야 한다.

마침내 내가 쓴 글을 냉혹한 공격에 맞서 온몸으로 막아내야 할 것이다.

의무감에 쓰는 글쓰기는 결국 엄청난 구멍과 멍청을 드러낼 것이니

어떻게 논문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이 길을 지난하게 만들 게 분명하다.

그러니 궤도에 오르기 전에 질문을 어서 고쳐 물어야 한다.

왜 논문을 쓰는가.

왜 논문이어야 하는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깊이 빠져 버렸을 때의 감정에 가까워지는 것이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나는 서늘한 좌뇌로 하는 뜨거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엄청나게 차가운 온도로 화상을 입을 것이다.




II    이유를 알면 다 아는 거야


이제껏 절실했던 모든 것들은 방법을 알지 못했고 그저 이유만을 붙들었다.

어떻게 그를 사랑하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사랑이 아닌 것 같았다.

호감은 그저 호기심의 영역에서 허우적거리는 감정이다.

사랑으로 넘어온 감정들은 질문이 공격적이다.

왜 이토록 가슴이 뜨거워질까.

왜 그를 향한 나의 언어가 이다지도 빈곤하고 허약할까.

왜냐고 묻는 순간 상황을 장악하게 되고 주도권을 내가 쥐게 된다.

왜라고 먼저 묻는 자가 승리자다.

그는 답을 구하는 자가 아니라 답을 고르는 자이기 때문이다.




III    왜 당신은 아직도 시를 듣지 않으시나요?


https://youtube.com/watch?v=Ojtdu6b5rQc&feature=shares

그날의 사랑은 뜻대로 되지 않았네_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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