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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22. 2023

어쩌다, 시낭송 014

고마운 일들

I   새해첫날부터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화산이 폭발하지 않았다.

시간이 멈추지 않았다.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다.

심심한데 외롭지 않고 바쁜데 지겹지 않다.

가진 것이 없는데 점심을 굶지 않았다.

내가 탄 버스가 노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좌석에 앉아도 웃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내가 가지 않는 날에도 식당이 영업 중이다.

추운 날씨에도 길냥이들과 나무들이 살아 있다.

노곤한 몸도 아침이면 눈이 떠지고 몸이 움직인다.

한 번도 식은 태양과 낡은 달이 떠 오른 적이 없다.

어제 본 사물들이 여전히 망막에 남아 있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들이 잊히고 있다.

날마다 나도 모르게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를 상상하고 미래를 기억하기라도 하듯이.



II    늘 그렇게만 있어줘


시를 읽어도 여전히 허전한 것이 감사하다.

기대와 성과가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시를 소리 내어 읽어본 자만이 절감한다.

유난스러워서 비참했던 적이 한두 번이었나.

자연은 그 위대함을 보이지 않게 조금씩 발휘한다.

시나브로가 아니면 다 가짜라고 보면 거의 옳다.

나의 게으름은 정당하다.

자연의 속도에 부응한다.

적어도 허튼 삶을 피하고 싶으면 시를 천천히 새싹이 움트듯 읽는 것도 좋겠다.

특히 정초에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III   그저 가만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https://youtube.com/watch?v=Hx0oK9V4cgM&feature=sha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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