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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24. 2023

어쩌다, 시낭송 075

얼룩말 세로야 응원할게!

I    탈출 이후 D+1   


동물원이 아닌 거리를 달리는 얼룩말 영상은 영화 속 컴퓨터 그래픽 같았다.

골목을 배회하며 걸어 다니는 얼룩말 사진은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펼친 듯했다.

2살짜리 얼룩말 세로가 울타리를 부수고 인간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이제 막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세로의 얼룩무늬가 너무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스무 해 정도의 수명을 가지는 얼룩말이기에 세로는 인간으로 보자면 이제 막 초등학생 정도다.

야생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DNA에는 드넓은 초원을 달리며 맹수와 싸우던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천성이 녹아 흐르고 있을 것이다. 

불과 동물원에서 1km 정도밖에 벗어나지 못하고 겨우 3시간 정도 방황을 하다가 인간에게 포획되었다.

하얀 몸에 검은 줄무늬인지 검은 몸에 흰 줄무늬인지 세로에게 물어보다가 탈출 전 날의 사연이 더 궁금해졌다.

세로가 울먹이며 내게 고백한 이야기가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데 다소 도움이 될 듯해서 아래에 공개한다.

부디 이 내용은 우리끼리의 비밀로 하기로 하자. 세로가 이 사실을 알면 두 번째 탈출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덧말|

세로가 얼룩언어를 사용했는데 마침 학창시절 제2동물언어로 얼룩어를 공부해 둔 것이 이번에 도움이 되었다. 세로와 심한 주먹다짐을 한 캥거루의 입장도 듣고자 여러차례 설득을 시도했으나 캥거루는 당분간 엄마 주머니에서 쉬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II    탈출 전날 D-1   


캥거루    너 이름이 뭐니?

얼룩말    세로다 왜? 자꾸 말 시키지 마!

캥거루    무슨 이름이 그래? 그럼 형 이름은 가로겠네~? 푸하하

얼룩말    내 뒷발질로 널 코알라로 만들어줄까? 우리 아빠가 그랬는데 예전에 할아버지가 평원에서 뒷발질로             사자를 쓰러뜨린 적도 있다고 그랬어? 글구 내 이름은 엄마가 지어준 거야. 

            큰 꿈을 가지고 언젠가는 '세렝게티로 가라'고 세로라고 지어주셨다고! 알지도 못하면서...

캥거루    근데 너 엄마 아빠 없잖아? 난 이렇게 엄마 주머니에 포근하게 들어앉아 있는데 넌 못하지?

얼룩말    뭐? (울먹이며) 우리 엄마 아빠도 날 엄청 사랑하셨어. 근데 지금은 잠깐 여행을 가신거란 말야..

캥거루    거짓말! 어디 가서 데려와봐! 니네 엄마 아빠!

얼룩말    하라면 못할 줄 알아? 내일 당장 동물원 밖으로 나가서 엄마 아빠 데려와서 보여줄게! 우쒸!




III    세로는 그리워서 탈출한 것이 분명해


https://youtube.com/watch?v=KskjvWZaLeA&feature=sha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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