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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26. 2023

어쩌다, 시낭송 077

글쓰기는 교통사고 같은 것

I   숭고한 일은 목숨을 걸고 한다


삶이 온통 우연으로 둘러싸여 필연인 듯 우리에게 보인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적지 않다면 글쓰기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 중에서 가장 삶의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무엇보다 글을 쓰는 일은 쓰기 전과 후가 또렷하다.

글쓴이의 내면이 그렇고 글쓰기 전의 외부세계와 후의 우주가 달라져 있다.

어제의 현명한 결정들이 쓰는 순간 초라하고 허울 좋은 오답이었음을 절감하게 하고 오래전 가난하고 소박한 다짐들이 쓰는 순간 웅장하고 쓰임 좋은 도구로 내 손에 새롭게 다가온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생명으로 도박을 하라는 말이 아니라 온몸을 던지라는 부추김이다.

주먹만 한 심장이 저 발끝까지 피를 보내기 위해 온몸으로 펌프질 하듯이.

최선은 딱 그만큼이 불가능하다.

100m 육상선수는 100m만 달릴 수 없다.

글 쓰는 일이 내가 계획하고 주도하는 것 같지만 쓰기 시작하면 어디로 갈지도 어디에서 멈출지도 내 의지와는 무관할 때가 많다.

소설 속 주인공을 내 맘대로 죽이고 살리지 못한다.

글 안에도 생명의 자기장이 작동하고 체온을 발생할 문장의 혈액이 흐르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처럼 느닷없고 돌발적이다.

글쓰기 행위자체가 그런 것이 아니라 글 안에서 일어나는 심적상태가 그렇다.

이것이 다소 고통이 묻은 즐거움을 지나 무아의 상태를 선사하는데 이전 상태에서 멈춘 경우에는 글쓰기의 버거움만 기억하고 이후 상태까지 간 경우에는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II   글을 쓰면 무엇이 나올까


글을 쓰면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글을 써서 바로 쌀이나 밥이 나왔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글쓰기가 한낱 쌀통이나 밥통 정도밖에 안 된다면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III   시를 왜 날마다 낭송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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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대로의 사랑_유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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