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Apr 12. 2023
I 안전한 것이 제일 위태로울 걸
어릴 적 오랫동안 안전사고라는 말이 이상했다.
안전하게 사고가 난 건가?
결국 모두가 무사하다는 얘기인가?
피로회복(피로상태로 돌아가라니! 피로해소가 맞는 표현이 아닐까)이라는 단어와 함께 무릎 꿇고 서 있으라는 말처럼 보여서 갸우뚱하곤 했다.
세상사람들은 알아서 이해하고 있었고
나만 외로이 한동안 오해하고 있었다.
아무튼 안전은 중요하고 사고는 없어야 한다.
육체는 안전을 지향해도
생각은 안전을 지양해야 한다.
기존의 방식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안전에 대한 생각이다.
잠재력을 지닌 나는 실제의 나보다 항상 크다.
그러나 늘 못마땅하게도 나보다 작게 살아간다.
안전이라는 생각의 MSG는 작은 나에 안도하게 유도하고 길들인다.
리스크를 끌어안지 말고 대리만족하라고 속삭인다.
그게 안전하다고
그게 아프지 않다고
그래야 상처 없는 자신을 보존한다고 유혹한다.
내가 생각하는 더 큰 나는 그 안전의 틀에 갇혀 고통받고 아우성친다.
타인의 낯설어하는 시선과 검증되지 않은 조롱이 두려워 우리는 생각의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다.
남들이 만든 농담들을 흉내 내며
이미 입어버린 패션을 따라 하고
벌써 식어버린 유행가를 듣는다.
안전은 좁고 편협하고 비좁다. 게다가 낡았다.
그 밖은 광활하고 신선하다.
역설적으로 안전 안에 있는 것이 위태롭다.
어디로 내가 달려가는 것이 나를 구하는 일일까.
II 호기심의 반대말은 불안
불안의 반대말은 어쩌면 호기심일지 몰라.
그대가 바쁜 건 불안해서일 거야.
불안은 정체된 상태니까.
호기심이 증발된 상태는 정적이지.
호기심이 발동하면 불안은 몸을 숨기지.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면 호기심은 휘발되고.
어서 호기심을 장착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불안이 그대를 뒤에서 덮칠지도 모른다네. 어흥!
III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인파이터-코끼리군의 엽서_이장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