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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16. 2023

어쩌다, 시낭송 098

어쩌면 쉰다는 건

I  숨을 제대로 쉰다는 거지


일요일 오전은 묽고 맑다.

어떤 색을 풀어도 본연의 빛깔을 존중한다.

휴식은 희석의 시간이다.

시간을 증발시키는 것이 아닌 탁함을 거르고 감정의 필터를 교체한다.

일주일간 수많은 외부의 언어에 너덜너덜해진 나의

마음을 봄볕에 널어 말리는 시간이다.

찌든 때를 빼기 위해 뜨거운 물에 삶아 방망이로 빨랫감을 두드리듯 원상복구를 위해 다른 에너지를 쓰는 시간이다.

마냥 손을 놓고 텅 빈 영혼을 말리기만 한다면 쉰 다음에 나는 나의 냄새는 쉰내에 가까울 것이다.

성실하게 문제를 만들었기에 부지런히 문제를 푼다. 푸는 것은 늘어놓는 일. 주중에 맺은 매듭과 꼬인 매듭들을 휴일에 늘어놓고 풀 것인지 자를 것인지를 고민한다. 고민도 수고롭다면 그저 늘어놓은 채 바라만 보아도 좋을 일이다. 인간사란 게 시간이 열쇠를 쥐고 있는 경우가 팔 할이니 어쩔 수 없다. 덮어놓고 외면하면 다음날에는 덩치가 더 커진 모습으로 내 뒤에서 어깨를 툭툭 칠 테니 방심해서는 안된다. 고민과 걱정으로 코팅된 문제들은 물 냄새만 맡아도 자라는 콩나물과 같다.


쉰다는 건 숨과도 연결된다.

쉬는 일이 장판의 단면적에 내 몸의 어디까지 밀착이 가능한지를 실험하고 데이터를 시간대별로 비교관찰하는 일에 비슷할 것 같지만 사실과 다르다. 주중에 타자와의 부조화로 거칠어지고 불규칙해진 호흡을 조율하는 복원의 시간이다.

그래서 휴일에 쉬다와 숨을 쉬다가 모양이 유사한 것이다.(눈은 흘기지 마시고 ㅡ.ㅡ)

잘 주말 쉬었다는 말은 다시 숨을 잘 쉬게 될 정도로 몸과 마음의 정리, 조율을 잘 마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저 밀린 수면을 알뜰하게 수행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은 쉼에 대한 오해 탓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바빠서 간과했던 것들을 관찰하는 걸 추천한다. 시간의 향기라든지

꽃의 몸짓이라든지

바람의 언어라든지

공간의 결이라든지

그대가 천천히 의미 있게 바라보는 순간 침묵하던 그들의 주체할 수 없는 수다가 쏟아져 나온다.

놀랍게도 우렁찬 파도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지지 않듯이 그들의 수다도 그러하다.

자! 속는 셈 치고 이 기적과 마법의 쉼 월드로 들어가 보자!




II   다짐을 다짐하지 마


다짐은 앞으로 마늘을 다질 때에만 쓰기로 해.

다짐하고 나서 다져지지 않은 마음이 한 트럭이야.

그럴 바에는 다짐 따위는 하지 않기로 해.

남보다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실망이 더 실망스러우니까.

늘 두 개의 마음이 힘을 겨루지.

한쪽이 으쌰으쌰 하면 다른 한쪽도 고약하게 발목을 잡는 법이거든.

내편이 가장 조심해야 할 대상이지.

옛날 정약용이 유배 갔을 때 해배를 강력히 반대한 무리들도 측근들이었잖아.

이것만은 잊지 마!

내 마음도 내 편이 아니라는 무시무시한 진실을!




III    너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날 찾고 싶었던 거야


https://youtu.be/iuvwB1ajOos

다만_김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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