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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15. 2023

가르치는 일

0337

스승의 날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도 하다.

1965년 이전엔 은사의 날로 여러 날을 전전하다가 대한적십자사가 5월 15일로 정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스승의 본보기로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이 따뜻한 날에 태어난 것도 한 몫했다.

세종이 엄동설한에 태어났다면 다른 위인이 그 영광스러운 자리를 꿰찼을지도 모를 일이다.

1년 중 가장 따뜻한 5월은 어린이, 부모님, 스승을 챙기기에 바쁜 정이 넘치는 달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는 '교사의 날'로 부르는데, 멕시코가 우리나라와 같은 날이다. 왜 그날인지 궁금하다. 멕시코에는 세종도 없을 텐데.

   

스승이라는 존재는 남다른 차원에 자리할 것 같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선생 혹은 교사의 역할을 초월한다.

특히 챗GPT가 거들고 수많은 검색사이트들이 지식을 퍼 나르며 즐비한 유튜브 숨은 고수들의 가르침이 넘쳐흐르는 이 첨단의 시대에 스승이 왜 절실한가를 더욱 고민하게 하는 스승의 날이다.


우선, 스승의 역할로 가르치는 행위에 대해 살펴보자. 

가르치다는 말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깨닫게 하거나 익히게 한다는 것이다.

가르침은 기본적으로 인터랙티브 한 행위이며 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대상이 존재하며 내가 아닌 타자를 이해시키고 그 참의미를 분명하게 알도록 해주어야 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뚜렷하게 알아 깨달음에까지 가닿도록 도와야 한다.


스승과 교사를 구분하는 내 기준은 이렇다.

가르칠 때 존재를 실감하면 교사이고, 가르치지 않을 때에도 존재를 절감하면 스승이다.

그래서 스승의 날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상은 지금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의 가르침은 끝이 났으나 여전히 나를 보이지 않게 가르치고 계시는 스승님.


나의 스승들은 가르치지 않고 가리켰다.

진리를

진실을

진정을

그리고 늘 현재의 자신을 갈고 닦으며 스스로 안주하지 않는 삶이 가르침 그 자체였다.

좋은 스승은 여기의 것을 가르치지 않고 저기로 가라고 방향을 가리킨다.

소멸하는 것들을 가르쳐 따분하게 하지 않고 생성되는 것들을 가리켜 가슴 뛰게 한다.

가르치는 것은 창의를 억누르고

가리키는 것은 상상을 부추긴다.

무수한 가짜 스승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참스승은 이러해야 할 것이다.

가장 '나답게' '나다움'으로 성장하도록 하며, 

가르치는 순간보다 가르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스승의 존재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그런 가르침을 내게 몸소 실천한 나의 스승님들이 그리워지는 스승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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