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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16. 2023

놓아 정신 줄

0338

너무 꽈악 잡고 살았네 정신 줄.

지나치게  타고 있었네 정신 줄.

타이밍을 자주 놓쳤네 정신 줄을 놓아도 되는데.

정신 줄에 매여서는 한순간도 즐거울 수 없음을.

정신 줄이 생명줄인 줄로만 알았네 놓기 전까진.

정신 줄을 잡고 있을 때에는 자꾸 스텝이 꼬였네 정신 줄에 발이 걸려서.

정신 줄을 놓고 나니 나의 두 발은 자유롭게 춤을 추고 하늘로 날아가네.

한때는 정신 줄이 정신의 정수로 가는 동아줄인 줄로만 알았네.

한 뼘 한 뼘 잡고 올라가면 정신의 정수리에 가 닿을 줄 알았네.

그렇게 정신 줄을 잡고 있을수록 거추장스러운 줄이었네.

보기에 흉측하다 보니 늘 정신 줄 치장하느라 날이 샜네. 

학연, 지연, 혈연

이토록 잡고 살아야 할 줄들이 차고 넘친데

정신 줄 하나쯤 내려놓는다고 어찌 될까?

정신에 쓸데없이 줄을 달아 놓아 가지고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 걸까.

정신 줄은 어떤 재질일까.

폴리우레탄 섬유로 만든 스판덱스이면 좋을 텐데.

가끔씩 줄에 내 정신을 맡겨 

그네를 타기도 하고

요요를 하기도 하고

마음껏 멀리 달아났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신속한 운동.

돌아올 수만 있다면 떠나는 것은 그렇게 걱정스러운 일은 아닐 거야.

그래서 정신이 돌아오지 못할까 봐 줄을 매달아 놓은 걸지도 모르지.

파라코드 매듭법으로 단단하게 묶어 놓은 정신이 아니라면 잠시 풀어볼까.

앞으로 유망한 직종으로 정신 줄 보관소를 운영해 보려 해.

딱히 인테리어 비용도 안 들고 공간도 그리 넓지 않아도 되고 알바도 필요 없지.

20세기에 있었다고 전설로 내려오는 전당포 같을 거야.

대체로 안 찾아가는 사람이 많을 테니 기간을 정해야 해.

폐기되는 정신 줄들은 환경오염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그것은 정기적으로 모아서 모자를 만들어 아프리카 신생아들에게 보내줄 거야. 

체온이 떨어져서 일찍 죽는 신생아들이 그렇게 많다잖아.

정신 줄로 짠 모자를 씌워주면 수많은 아프리카 신생아들을 살릴 수 있어.

내가 치밀하잖아.

회수되지 않은 엄청난 정신 줄들을 보관하는 창고 대신에 인류를 구하는 건 이미 생각해 뒀지.

정신 줄 염색사업도 있는데 그건 아직 초기 구상단계라 말을 아낄게.

이게 무슨 냄새지?

이런! 내 정신 줄 좀 봐.

브런치 글 쓰기 전에 올려둔 라면이 누룽지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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