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May 29. 2023

열리고 닫힌

0351

I


하나의 문이 닫히자 다른 문이 열린다.

문제 하나가 해결되자 그것과 무관한 문제가 생긴다. 다 되었다고 안심하려는 순간 불쑥 긴장할 일이 일어난다. 파도가 밀려오듯이 리드미컬하다. 삶은!


하나의 끝은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이건 끝이 시작이다라는 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끝이어서 시작이 마련된 것이 아니라 끝과 상관없는 시작이 때마침 고개를 드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것이 신비로운 삶의 미스터리다.


나를 가두자 거둘 일이 생긴다.

글쓰기가 그렇지 않은가. 가둘수록 거둘 기회.

입을 닫자 생각이 열린다.

관계를 열어젖히자 상상이 쪼그라든다.

하나를 붙잡고 나니 하나가 흐트러진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말을 할 수는 없다.



II


잘 열고 잘 닫아야 한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삶의 주체가 된다.

미느냐 당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우리는 소홀했다. 밀고 당기는 것의 중요성에!

단순하게,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불가능한 행위를 명령할 수는 없다. 웃음기 없이!


문 닫고 나가!



III


지혜로운 자는 문을 열면서 닫을 것을 기억해 낸다.

어리석은 자는 문을 닫을 때 영원한 닫혀 있음을 안전하게 상상한다.

열쇠는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할까 닫기 위해 더 필요할까. 열쇠는 문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잘 잃어버릴까 문이 닫혀있는 상태에서 더 잘 잃어버릴까.


열린 상황은 활성화된 상태라고 여기지만 닫힌 상태가 진정 역동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예는 너무도 많아서 손으로 꼽기 바쁠 지경이다. 하나만 언급하자면 운동할 때보다 쉴 때에 아름답게 근육이 만들어지는 건 운동해 본 이들은 당연해한다.


닫아놓는 것이 타자와 관계 지어 있음을 간파하고 있다면 그대는 열린 생각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세상은 자꾸 긍정과 열린 생각만을 독려하지만 이는 부정성의 가치를 무책임하게 간과한 탓이다.


오늘도 뜻하지 않은 일들이 나를 가로막을 것이다. 그만큼 기대하지 않은 일들이 나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절망으로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하루가 열리고 있다.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대를 응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