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May 28. 2023

작문 반창고

0350

글을 쓰는 행위는 집을 짓는 것과 같다.

그래서 글짓기다.

기초부터 단단히 쌓아야 버티듯 글도 그러하다.

목적을 가지지 않는 집이 없듯이 글도 그러하다.


글을 쓰는 노력은 밥을 짓는 것과 같다.

그래서 글짓기다.

일정한 비율의 물 조합이 필요하듯 글도 그러하다.

끓이고 뜸 들이는 시간이 중요하듯 글도 그러하다.


글을 쓰는 동안은 죄를 짓는 것과 같다.

그래서 글짓기다.

나의 욕망 나의 욕심이 글 사이에 웅크리고 있다.

문장 사이에 흘린 비수들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가끔씩 글을 다가 스스로 가볍게 베이기도 한다.

종이에 베이듯 문장이 날카롭게 위협하기도 한다.

말과 글에 베인 상처는 다시 글을 지으며 지혈한다.

글을 쓸 때마다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갑옷을 입는데 이 또한  나를 얼마나 지켜줄 것인가 의문이다.


글을 지을 때마다 상처를 내고 반창고를 붙이는 것 같다. 활자를 새기며 상처 난 부위들을 표시한다. 어찌하지 못하니 체크라도 해놓자는 심사다. 간혹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만 하고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떠한 솔루션을 얻지 못해도 괜찮은 늘어놓음이다. 늘 글짓기는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일이다.


이틀 내 비가 내리는 동안 나는 감정을 단락 짓지 못하고 기나긴 문장들을 쏟아낸다.  만연체는 내리는 빗줄기에 매달려 통사정을 하고 있다.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문장들은 떼쓰고, 비는 빗소리로 응답한다. 비는 눈보다 대답을 잘해준다. 그래서 비는 내릴 때마다 수다스럽다. 비의 목소리가 거슬려 우산으로 귀를 틀어막을 때도 있지만 오히려 목청이 더 커지니 소용없다. 비가 장황하게 설명 중이다.


반창고가 상처를 낫게 하는 건 아니지만 상처를 덧나지 않도록은 돕는다. 글짓기가 삶에서 받은 고통을 해결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깊어지는 건 막아준다. 그것만으로도 글짓기는 반창고만큼 유용하다. 가끔 몸에 붙은 반창고가 비루해 보이기도 하지만 피부인 척 위장해 몸에 붙어있는 게 명랑해 보이지 않는가. 때로는 삶을 직접적으로 치유해 주는 후시딘 같은 글짓기도 있지만 이처럼 작은 상처를 살포시 위무하는 반창고 같은 글짓기도 있다.


나의 글짓기는 반창고 같았으면 좋겠다.

그대는 어떤 글짓기를 꿈꾸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