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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은 어떤 미완의 상태보다는 석연치 않는 불안의 증후이다.
닫히지 않는 창의 삐걱거림이 거슬려 무리하게 마음이 쓰인다.
어쩌면 창틀의 문제가 아닌 창의 성질을 놓친 탓일지도 모른다.
환기와 방음 등과 같은 기능에서 외면한 중립적 역할인 '넘어다 봄'에서 보자.
창을 통해 '넘어다 봄'은 창의 개폐 여부와 상관없어진다.
이곳과 저곳의 아름다운 구분을 창은 하고 있을 뿐이다.
구멍도 그러하지 않을까.
구멍을 막거나 메우는 것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거대한 구멍으로 만들면 어떨까.
구멍끼리의 사이를 없애면 그것은 더 이상 구멍이 아닌 것이 된다.
거대한 바다
거대한 하늘
거대한 인물
이 모두는 거대한 구멍에 불과하다.
본디 탁 트인 것이 아니라 작은 구멍들을 확장한 힘겨운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이다.
내 구멍들을 타인의 구멍들과 비교하기도 하고
내 구멍들의 진전없음을 한탄하기도 하고
구멍없는 날들을 꿈꾸기도 했다.
비로소 구멍은 인간에게 배제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을 알았다.
구멍을 다루는 쪽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간혹 구멍이 성장과 혁신의 지렛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막연한 것들이 확연해지면 그건 더이상 구멍의 범주에 갇힌 것이 아니다.
구멍을 확정된 상태로 바라보지 않으리라.
이곳을 뛰어넘는 활주로로 여기리다.
황hole한 구멍이여!
인생의 무대로 hole릭하게 초대할 구멍이여!
이제야 비로소 구멍으로부터 hole가분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