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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에서 소통하는 여러 방식 중에서 가장 일방적이다.
글이 마음에 든다거나 작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방법에는 댓글 쓰기와 이메일이 있다.
작가와 구독자 간에 신속하게 소통하기에는 라이킷 누르기가 으뜸이다.
어떤 이는 라이킷 하나에 신중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나는 후자인 편이다.
'대수롭지 않게'가 거슬릴 수도 있겠다.
그 의미는 나의 글을 안 읽고도 라이킷을 누르는 것을 그다지 탐탐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Hey! Hi!
처럼 눌러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나 또한 하루에 수 백 개의 글들이 알림으로 뜨는데 반가우면서도 다 읽지 못한다.
그런데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작가의 마음을 글 쓰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반갑게 읽어주고 반응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인지상정 아닐까.
아닌 사람들도 적지 않은 걸 안다.
그래도 무관심을 기꺼워하며 글을 쓰는 이라면 굳이 여기에 쓰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알람이 울리면 영화를 보다가도 누른다 라이킷!
그래서 알람이 울리면 밥을 먹다가도 누른다 라이킷!
그래서 알람이 울리면 만원 버스에서도 흔들리며 누른다 라이킷!
적어도 한 단락은 읽는다. 더 유혹적이면 더 읽는다. 다 읽은 글의 여운이 남으면 댓글도 단다.
알람이 거추장스러워서인지 브런치스토리 담당자만 남기고 관심작가가 없는 작가는 매정해 보인다. 바쁜 일과에 글도 완전히 읽지 않으면서 라이킷만 누르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라이킷에 인색한 이들도 있다. 그들을 비판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들도 옳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지 못한데 이유가 있다.
마치 라이킷은 책 볼 시간은 없지만 책을 좋아해 보이는 즉시 사모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다.
지금 봐야 할 책들을 산더미로 쌓아놓고 놓칠 수 없는 책들을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놔두지 못하고 내 책장으로 모셔와 곁에 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그것도 책을 가까이하는 방식이고 기어이 어느 날 책과 눈이 맞는 날 읽어내니 방치는 아니다.
라이킷으로 우선 인사라도 하고 싶다.
나의 자랑스러운 관심작가여!
그대의 글에 박수를 보냅니다. 라이킷!
지금 읽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해 주소서!
허나 라이킷 하며 그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나이다.
다시 그대의 글이 보이는 날에는 차마 내치지 못하고 읽어내리다.
라이킷을 누를 때마다 관심작가를 무심코 지나지 않고 그를 나의 책장에 꽂아두거나 책상에 귀하게 올려놓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길을 걷다가도 남다른 진동알람이 울리면 걸음을 멈추고 라이킷!
나에게는 라이킷이 경건한 의식이다.
무심한 라이킷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기도 하고
다시 글을 쓰게 하기도 하고 글쓰기를 외롭지 않게 하기도 하고 무형의 연대를 꿈꾸게도 한다.
그래서 라이킷이 참 좋아 보인다.
라이킷 모양도 악수 같아 보여서 좋다.
악수하면서 서로를 속깊이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악수하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품는 본능적인 적대감들은 내려놓게 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