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Jun 20. 2023
요즘 나만의 글자체를 만들고 있어요.
이름도 벌써 지어놨어요.
이숲오체
어때요?
소설을 다 쓰고 나니 작가의 말을 준비하래요.
비현실 같은 근황과 소설사용법과 이 책을 바치고픈 대상 몇몇 운운하며 급히 마무리해서 편집자에게 보냈어요.
꽃향기 가득한 봉투에 담아 보내지 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내가 정한 제목이 이제야 맘에 든다고 답장을 보내왔어요.
글을 쓰면서 글자 그대로 전하고 싶어 졌어요.
글의 진심은 내용만큼이나 글씨에도 묻어 있는 것 같아 소설 일부에라도 담아보려 해요.
시간이 부족해요.
급한 아이디어는 마음만 분주하게 부추겨요.
2740자를 펜으로 적고 있어요.
무려 에이포로 서른다섯 장이나 돼요.
한 자씩 또박또박 팔만대장경에 글자를 새기듯 적고 있어요.
정해진 칸에 한 글자씩만 허용해요.
글자는 온통 쓰는 사람의 감성 그 자체예요.
감성을 길어 올리려 음악을 들으며 적어요.
다소 식상하지만 잔나비와 신지훈이 도왔어요.
글자마다 감성의 프리즘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지 않기로 해요.
다른 길을 걸으며 낯선 오솔길을 따라 좁다란 골목길을 헤맬 거예요.
길마다 다르듯이 글자마다 다른 풍경을 심어놓을래요.
어느 날 숲길을 걷듯이 글자를 표현하고플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에 이숲오체로 그대의 마음을 담아 써보세요.
주변의 권유에 못 이겨 시작한 폰트제작이지만 진행하면서 한글이 참 아름답고 우아하단 생각이 자주 들어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마음꼴을 담아낼 글자로 한글을 꼽고 싶을 정도예요.
학창 시절 과목마다 다른 글씨체로 노트필기를 할 정도로 글씨에 진심이었나 봐요.
꽃을 좋아하면 꽃씨에 관심이 가듯이
글을 쓰다 보니 글씨를 생각하게 돼요.
요즘의 글쓰기는 디지털 디바이스와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니까 나의 글씨도 그 환경에 적합한 모양으로 전환해야겠지요.
그 과정이 수월하진 않지만 기꺼이 즐기고 있어요.
지금 나의 글씨, 이숲오체를 만들고 있어요.
나오는 대로 그대가 있는 이곳으로 달려올게요.
그리고 가장 먼저 그대의 이름을 제 폰트로 옮겨드리고 싶어요.
정성껏 한. 자. 한. 자. 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