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l 31. 2023

어지러운 선

0414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구나.

고통은 잠시 잊는 거지 없애는 게 아니지.

진정시키는 것만으로도 견딜만해지는 모든 고통이여.

더 큰 욕심은 감히 엄두도 말아야지.

완벽하게 가릴 수 없는 것이 고통뿐이랴.

슬픔도 외로움도... 그렇고 그런 사연의 뒤통수도...

바나나의 휘어진 등골이  

돌고래의 곡선처럼 재주를 부린다.

영원히 벗기다가 세월을 흘려보낼 베일 앞에서 

온몸을 꼿꼿하게 버티고 있다.

그 위로 어지럽게 선들이 지나가다 멈추다 뒤엉킨다.

어차피 선은 그럴 운명이었어.


무심코 선을 그리다가 거리를 거닐었다.

다급히 선을 연결하다 나무에 올라갔다.

엉클어진 선들은 매듭을 풀거나 자를 것이다.

선을 온전하게 돌려놓는 것이 이 여름이 할 일이니까.

모처럼 선들을 가지런히 일상에게 주선했다가 혼만 났다.

어긋났다고 불안해했다.

그러나 세상의 어긋난 것들은 다행스럽지 않은가.

간발차이로 어긋나서 선들은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


선線이여!

부디 몸을 비스듬히 틀어 면面인 척하지 마오!

자주 드러누워 선이기를 주저할 때마다 선을 선 채로 잡아두고 싶어.

그래서 인류는 선을 거추장스러움의 상징으로 여긴 나머지 없애기로 작당하기 시작했지.

무선의 시대는 미래를 상징하곤 했어.

선을 없앤다고 근심이 사라지나.

눈앞에서 거슬린다고 제거하면 눈 밖에서는 고분고분할까.

선들은 억울해서 밤마다 모여 유선회의를 했다네.

인간들은 진선미를 좋아하지 않았나? 

선들이 선善과 선線을 구분하지 못해서 이러는 줄 아나 본데...

착하다는 것도 결국에는 인간의 도덕적인 기준의 선 상에서 맞아떨어지는 것이니

  선하다는 것은 선을 지키는 것


선을 우습게 본거야 인간들은!

착한 것은 어리숙하다는 것으로 보는 것과 같이 선을 그리 보는 인간

매거진의 이전글 팔년지소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