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4
고통은 잠시 잊는 거지 없애는 게 아니지.
진정시키는 것만으로도 견딜만해지는 모든 고통이여.
더 큰 욕심은 감히 엄두도 말아야지.
완벽하게 가릴 수 없는 것이 고통뿐이랴.
슬픔도 외로움도... 그렇고 그런 사연의 뒤통수도...
바나나의 휘어진 등골이
돌고래의 곡선처럼 재주를 부린다.
영원히 벗기다가 세월을 흘려보낼 베일 앞에서
온몸을 꼿꼿하게 버티고 있다.
그 위로 어지럽게 선들이 지나가다 멈추다 뒤엉킨다.
어차피 선은 그럴 운명이었어.
무심코 선을 그리다가 거리를 거닐었다.
다급히 선을 연결하다 나무에 올라갔다.
엉클어진 선들은 매듭을 풀거나 자를 것이다.
선을 온전하게 돌려놓는 것이 이 여름이 할 일이니까.
모처럼 선들을 가지런히 일상에게 주선했다가 혼만 났다.
어긋났다고 불안해했다.
그러나 세상의 어긋난 것들은 다행스럽지 않은가.
간발차이로 어긋나서 선들은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
선線이여!
부디 몸을 비스듬히 틀어 면面인 척하지 마오!
자주 드러누워 선이기를 주저할 때마다 선을 선 채로 잡아두고 싶어.
그래서 인류는 선을 거추장스러움의 상징으로 여긴 나머지 없애기로 작당하기 시작했지.
무선의 시대는 미래를 상징하곤 했어.
선을 없앤다고 근심이 사라지나.
눈앞에서 거슬린다고 제거하면 눈 밖에서는 고분고분할까.
선들은 억울해서 밤마다 모여 유선회의를 했다네.
인간들은 진선미를 좋아하지 않았나?
선들이 선善과 선線을 구분하지 못해서 이러는 줄 아나 본데...
착하다는 것도 결국에는 인간의 도덕적인 기준의 선 상에서 맞아떨어지는 것이니
선하다는 것은 선을 지키는 것
선을 우습게 본거야 인간들은!
착한 것은 어리숙하다는 것으로 보는 것과 같이 선을 그리 보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