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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10. 2023

리셋하고파

0455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리셋하고파.

처음의 마음으로

처음의 육체로

이전의 기본으로

이전의 무능으로

갈고닦는 것이 모두 옳지는 않아.

바르지 못한 것들이 삐죽 고개를 내미네.

낡아서 정교하지 못한 것은 연장 탓일까 시선 탓일까.

단 한 번의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실수보다 욕심 줄이기에 집중하고파.

리셋을 꿈꿀 때는 이미 리셋이 불가한 시점이지.

현실적으로 리셋은 환상일까.

가능하다면 주어진 시간의 전복일 테다.

전과는 다른 삶의 걸음걸이를 마련하고 걸어간다.


요즘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들이 잦아졌다.

바라볼 때마다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하늘에서 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리셋의 힘

자연은 고착되기를 꺼리고 수시로 리셋한다.

흐르고 내리고 굽이치는 힘은 리셋에서 온다.

인위적이지 않고 힘이 들어 있지 않은데 단단하다.

부드럽게 견고하다.

지금 나의 문체가 거친 것은 리셋 타이밍을 허투루 여긴 결과다.

진정 리셋의 본질은 판 엎기가 아닌 판 연결이다.

패턴을 가지지 않는 판의 흐름을 보장한다.

걸음걸이가 진부해지면 리셋이 필요한 시기다.

너무 일상을 박차고 벗어나지 못했다.

메타 시선에서 익숙하면 죽은 사이클이다.

아무리 부지런하게 움직여도 나태의 동선이다.

센서가 고장난 자동청소기와 다르지 않다.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기능이 어긋난 머신.


살고 싶다.

이전과 다른 리셋된 삶을 살고 싶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지만 리셋하고파.

의존하지도 않으면서 고립되지도 않는


눈을 뜨면

코펜하겐 북부 셸란섬 북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길렐라이에를 걷고 있으면 좋겠다.

스물 두 살 키르케고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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