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Oct 03. 2023
아침에 일어나 길게 머리를 늘어뜨린 아레카야자의 잎을 쓰다듬는다.
윤기 있는 긴 머릿결 같다.
밤새 잎 사이에서 뿜어낸 수분이 두 바가지는 족히 된다.
천연가습기와 다름 아니다.
나사에서도 에코플랜트로 아레카야자를 으뜸으로 꼽았다.
공기 중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을 희석시키는데 이만한 식물이 드물다.
수면 중 열일 해준 아레카야자가 기특해 잎을 쓰다듬는다.
식물도 동물처럼 스킨십에 민감하다.
애정을 전하는 만큼 곧게 성장한다.
참빗으로 빗어줘도 될 만큼 가늘고 숱이 많다.
잎의 생김새가 부드럽게 뻗어나가 나비야자라고도 부르고 잎이 새의 깃같아서 황금깃털야자라고 부른다.
가장 흔한 명칭은 황야자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의 모습은 자태가 우아하다.
꽃말은 부활과 승리
아레카야자는 소리 내어 불러도 기분 좋다.
마치 유레카처럼 번득이게 한다.
어쩌면 응원가처럼 힘이 나게 한다.
식물은 정면이 없어서 좋다.
내가 바라보기 좋은 쪽이 정면이다.
위에서 보다가 아래서 올려다보는 새로움이 있다.
자주 몸을 틀어주면 한 그루로 여러 표정을 감상할 수 있다.
뒤통수라고 방치한 부분을 오래 놓고 보면 익숙한 정면이 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놓치고 소홀했던 잎들을 챙긴다.
먼지만 닦아주면 새 잎으로 흔들거린다.
식물이 절대 정적인 생물이 아님을 실감한다.
다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잠자코 있는 것이다.
수많은 잎의 뒷면에는 세상의 소리를 듣는 귀가 있고 흙아래 깊은 뿌리마다 심장이 뛰고 있다.
식물의 박동소리는 화분에 가슴을 대면 느낄 수 있다.
호흡과 광합성을 번갈아가며 하는 이유는 식물도 동물이 자는 사이 변신을 즐기는 탓이다.
아낌없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순간도 허투루 존재하지 않으려는 식물들의 열정 때문이다.
수평으로는 꼼짝 안 해도 수직으로는 엄청난 중력을 거스르며 움직인다.
그래서 식물은 위대하다.
쉬 좌절하지 않고 늘 비상하고 있다.
식물은 잎이 날개일지도 모른다